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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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잔잔한 에세이를 참 좋아라했더라.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를 읽으며 그걸 새삼 다시금 깨달았다. 온갖 책이 난무하고 위로랍시며 몇문장 긁적대는 책을 읽다보니 그 동일한 패턴의 식상함 때문에, 인간미 뭍어나는 에세이를 좋아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 이제 인생이 이렇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테지. 

앞으로 너는 인생을 어떻게 살 테냐.

(p.18)

다소 어린 나이라 생각하는 삼십대에 부모님을 여의고 작가는 많이 성숙한 것 같다. '그 후로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안달복달하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누구에게나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걸 절감했기에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만의 삶을 살리라 다짐했다.'(p.18) 는 부분을 읽으며 한 문장 한 문장 곱씹느라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사랑이라면 연애가 떠오르고 시중에 너무도 많은 연애에 관한 책이 있었던 탓일까. 사랑은 사랑인데 피로 이어진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에 마음을 살짝 살짝 만져지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부모님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연세여서 그런지 언제 어느때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어서 이야기들이 더 와닿았다. 글 쓰는 타입이 약간 한수희작가님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오거라.

(p.31)

경험에 의한 글인 사랑하는 이들이 떠날 때 우리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 부분을 읽을 때는 울면서 읽었다. 누구나 준비해야만 하는 이별인데 그걸 준비하면 현실로 닥칠까봐 무서워서 미루고 미뤘는데 그걸 글로 담아내셨다. 읽는 중에 자꾸 눈이 뜨거워졌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이라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는 인생 전반에 대한 주옥같은 문장들을 자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위로라는 이름으로 책마다 좋은 문장을 뽑아 짜집기 한 책에 식상하다면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의 진솔한 이야기들에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굳이 30권 100권의 책을 읽지 않아도 한권에 좋은 문장만 뽑아 모아놓은 그런 책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책은 이미 시중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 봄에는 좀 더 진솔한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같은 책 말이다. 그저 그런 책일 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간만에 참 괜찮은 책을 만나서 읽는 동안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내내 그렇게 우리에게 

한계를 가르치며 겸허하게 살라고 

가르친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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