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부 때 시를 참 좋아하시는 교수님이 있었다. 분위기도 멋지고 목소리도 좋으셔서 그 분의 강의를 들으려면 경쟁률이 치열했다. 그 때를 생각하며 읽은 <내가 사랑한 시옷들> 책 제목이 센스 있다. 내가 사랑한 시들이라는 평범한 제목보다 시대에 맞는 제목인 것 같다. 나도 시옷들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흘 밤 낮 시를 지어서 학교 시옷 콘테스트에 응모도 해보았다. 가작이긴 했지만 상을 한번 타고나니 나도 시인으로 밥먹고 살까 하는 허무맹랑한 꿈도 꿔보았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 을 읽으며 좋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보되 나를 지나쳐 보시라.

사랑은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오니,

나를 보되 나를 지나쳐 보시라.

(p.35)

 
<내가 사랑한 시옷들> 은 밤에 읽어야 더 좋은 책이다. 감성 충만한 밤의 기운을 받아 내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장점이랄까. 지나간 예뻤던 옛 사랑이 떠오르게 하는 시옷들이다. 조이스 박 박사님이 저자이시다. 조이스 박사님이 좋아하는 시옷들이 내 마음에도 들어왔다. 왠지 한국 시옷들이 가득 나올 것 같았는데, 영어로 시를 읽고 한국어로 시를 읽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별히 내가 사랑했던 에밀리 딕킨슨의 시옷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럼에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슬프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나를 떠나시라.

(p.46)

 
<내가 사랑한 시옷들> 은 영문학에 호감있는 독자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소설같이 호흡이 긴 글이 아닌 호흡이 짧은 예쁜 시옷들을 읽는 동안 당신의 마음을 말랑 말랑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영시도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이런 의도치 않은 득템 효과는 보너스랄까. 중간 중간 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어서 그것이 다른 것도 아닌 사랑에 대한 것이라서 좋았다. 봄이오면 더 많은 시옷으로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해야겠다. 아직 출간 예정도 없는 <내가 사랑한 시옷들> 버전2 도 읽고 싶어지는 밤이다.

완벽한 파트너를 만날 확률도 이처럼 아득하다.

(p.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