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할 때 하는 약속들은 헤어지기 전 까지만 유효하다고 했다. 애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랑이 허락되는 동안 사랑하는 것 뿐이다. (p.23) 보라보라 섬에 낭만적으로 사는 작가의 에세이 <우리만 아는 농담>. 표지가 다소 햇볕에 색이 바랜 것만 같아서 눈길이 절로 갔다. 기대없이 읽은 책이라 그런지 좋은 구절이 자꾸만 눈앞에 등장해 곤란했던 책이다. 가독성이 높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큰일 날 뻔 했다. 제목을 보고는 이건 로맨스 관련 에세이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했는데 생활 에세이였다. 또 다행이다. 사는 동안 내 앞에 또 어떤 산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밥을 해 먹고, 문어를 말리고, 걱정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41) 작가는 작은 섬 보라보라에 살아서 그런지 국내에 살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 비해 욕심이랄까 욕망이랄까 이런 것이 참 없는 소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사는게 별게 아니고 진짜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느끼면 다가 아닌가 싶었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쓸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일도 무의미한 일도 모두 의미가 있다. (p.57) 책을 읽는 동안에 나는 보라보라 섬에 사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라보라 섬에 사는 한국인. 외로울 것 같은 슬로 라이프를 잘 살아가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만 아는 농담> 을 읽고 나도 섬에 잠깐이라도 살고 싶어졌다. 죽기 전에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생길까. 잠시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우리만아는농담 #김태연 #보라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