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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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같은 책이 나왔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라는 책이다. 제목을 본 순간 부터 '아하!' 싶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의 저자 이작가님은 전작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춥법> 에서도 웃음을 빵빵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업한다고 했다.  여러 장르를 공부해 나름 글을 열심히 썼지만 공모전에 그 어디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는 작가의 소개를 읽고 왠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의 또 다른 버전 같이 느껴져서, 그 느낌 아니까. 그래서 심심하고 심심한 6월의 어느 날 여간 공감되는 제목의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책을 집어 들고 공원으로 나왔다.



처음에는 사는 게 가시밭길인 줄 알면서도 나를 낳은 엄마가 미웠다.

(p.87)

무슨 책이 한 문장 한 문장 이렇게 주옥같이 공감이 된다지. 하...요즘처럼 힘든 때 엄마가 날 낳으신 것에 대해 한번 쯤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애 안 낳을 건데? 뭣 하러 나 닮은 애 낳아서 사서 고생하냐? 

(p.45)

난 진작에 엄마는 될 생각이 없었다. 일단 키울 능력이 안된다. 환경도 환경이고... 나같은 애 낳으면...하...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밤새 하얗게 불타는 기분이다. 내가 우리 엄마 속 썩힌 것만해도 나같으면 백번도 집을 나갔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나는 나자신과 그렇게 타협을 했다.

 
이제는 하룻밤을 새우면 이틀을 앓아눕는 나이가 되었기에 잠을 깨우는 그들의 연락이 이만저만 성가신 것이 아니다.

(p.61)

나보다 훨씬 나이드신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작가의 되새김처럼 기가차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벌써 체력이 그렇게 저질이면 이 힘든 세상을 어찌 살아가겠느냐고. 그러나 내 체력은 내 인생 통틀어 한계점을 찍었다가 겨우 다시 올라오는 중이라 여전히 저질이다. 어쨋든, 이 작가님처럼 나도 한창 때 썸타는 사람들과 새벽 문자질을 했었다. 그러나 이젠 늙고... 밤엔 잔다. 그리고 더이상 그런 것도 없다는 사실. 슬퍼야하나.

<제가 결혼을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 책은 결혼하라고 잔소리 하는 부모님을 둔 청년들이 읽으면 정말 공감될 책이다. 뭔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간접적으로 이 책에서 다 해주고 싶어서 대나무 숲에 혼자 소리지른 후의 개운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이 하나 하나 공감 되면서 웃기기까지 해서 우울한 날, 자기전에 하나씩 꺼내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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