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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방구석이 제일 좋아
미우라 시온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게으르게 보이는 이 표지 왠지 끌린다. 마치 요즘의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왠지 작가라 하면, 게다가 명문대 문학부에서 공부했으면, 프리랜서로 올인해서 책만 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미우라 시온은 10시간씩 알바를 해가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글쓰기를 해나가는 것이었다. 일본의 현실이면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는 현실적인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에세이를 이렇게도 쓸 수 있단 말이구나 하는 상식을 깨는 신선한 책이었다. 장차 작가가 되고싶은 생각이 충만한 나에게 꼭 접해봐야할 장르의 책이었다.
'자기가 쓴 책의 추천사'(p.4)
얼마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으면 자기가 쓴 책의 추천사를 셀프로 하겠는가. 와세다 문학부에서 공부한 사람다운 자신감!
'작품을 전부 모아야지'(p.86)
나도 마음에 드는 작가 있으면, 옷은 안사도 책은 일단 모으고 보는 성격인데 작가도 같았다. 왠지 작가와 친해지는 느낌. 게다가 작가는 도쿄에 사는데 오사카까지 공연을 보러갔다가는 헌책방에서 정신없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발견해서 구매하고는 그 무거운 짐을 들고 머나먼 도쿄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에서 내모습이 보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도저히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싶으면 그냥 네가 지어서 입어라."(p.24)
남동생 졸업식에 입고갈 양복을 사주려고 같이 다니는 사이좋은 모습이 참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웃기는 일 발생. 저렴한 쇼핑센터에 가서 보니 남동생이 원하는 투버튼이 없고, 비싼 백화점에 갔더니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서 가격을 보니 기절할뻔하는 작가. 결국 남동생에게 던진 말이었다. 센스있는 누나의 멘트.
'이상 학교 건설중' (p.38)
한때 유행(?)한 이상적인 학교 구상하기. 교복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며, 교사는 개그맨 박지선님 등을 얼마를 주고 고용할 것인가, 이런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작가도 방에 누워 이런 상상을 한다고 하는데 상상력이 뛰어나서 진짜 빵 터졌다.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예이. 무엇이 "예이"라는 거냐. 최근에 신나는 일이 없는 나지만 억지로 신난 척해 보았습니다."(p.67)
이런 문장 좋다. 나도 다이어리에 괜히 "예이"를 써봐야겠다. 신난 척하면 왠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이 책은 뭔가 웃고싶은 날 꺼내보면 좋은 책이다. 싱글 여자의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어쩐지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한 멘트들이 유쾌하다. 마치 읽는 사람이 일본에 가서 잠시 살다오는 느낌이 드는 신기한 책이었다.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미우라 시온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