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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미안하다
김용태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7월
평점 :
믿음의 씨 된장을 불리고 푼 데다가
오늘의 현실을 정직하게 집어넣고 비벼서 오래 발효시킨 새 된장 맛보세요!
사랑은 미안하다
몇 주 전 김용태 신부님으로부터 세미나를 들었다. 클래식 기타 실력이며 영화도 출연하시고 생활성서에 글을 연재한 횟수가 7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글을 연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글들이 모아져 책으로 선보이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책 안에 신부님의 강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다시 6월의 가르침이 새록새록 짙어 감을 체감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책 표지를 보면 마치 잿빛 하늘 뒤에 파란 하늘이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어두운 계열의 잿빛 세상 속, 거꾸로 가는듯한 우리들 세상 속 이야기, 이야기의 물꼬를 틔워주는 건드림을 마주하게 되고
제목 그대로 사랑은 미안함으로 깊숙이 다가와 말을 건네고 함께 그 마음을 닮자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음으로 함께 해야 하는 지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이들과 그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작은 이들과 어떻게 함께 숨 쉬고 보듬고 연대해야 하는지 알기 쉽고 편하게 들려주시는 데 이 또한 신부님의 달란트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가 조금 더 넓게, 깊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지금 여기, 우리 일상 안에서 만난 삶의 이야기들을 선명하게 그려 보여주면서
예수님은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 말씀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따뜻한 마음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도록
빛과 소금의 맛을 맛볼 수도 있도록 알려준다. 또한 주님을 알고 믿음을 지녔지만, 세속화되어 버린 무딘 마음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책 제목에서 언급되듯 '사랑은 늘 미안하다.'
'끝까지 사랑하신' 우리 주님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은 늘 더 주지 못해 미안함이 앞선다는 것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 어머니의 마음이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이다.
김인국 신부님의 추천사
'이 책은 200년 묵은 믿음의 씨 된장을 불리고 푼 데다가
오늘의 현실을 정직하게 집어넣고 비벼서 오래 발효시킨 새 된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라는 표현에
강한 긍정으로 그 맛을 많은 분들이 맛보고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고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지
명쾌하게 그 길을 제시해 주시는 신부님의 말씀은,
신부님께서 몸소 삶으로 살고 체험한 진솔한 고백이기에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감수성!
이 시대에 우리가 지녀야 할 덕목 중에 하나로 성장 시켜가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목차 중에 몇 구절 발췌 해본다.
20쪽
마냥 암울해 보이는 이 시대에 작지만 환하게 타오르는 불빛이 있다...
이 시대에 남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촛불을 밝혀 드는 이들...그 촛불들이 외친다.
''너 없으면 안 돼!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프지 마! 죽지마! 포기하지 마! 함께 살자!''
하느님의 마음은 그렇게 촛불이 되어 세상을 비춘다, 그래서 아직 세상이 살아있는가 보다.
255쪽
소금은 무슨 맛인가? 당연히 짠 맛이다. 하지만 그게 소금의 맛 전부가 아니다.
소금은 이 세상에 소금이 들어간 음식의 개수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맛을 가지고 있다. 소금이 매운탕에 들어가면 매운탕 맛이 나고 ... 소금은 다른 재료들과 어우러져 수많은 음식의 맛을 낸다.
빛 또한 마찬가지다. 빛은 무슨 색인가? 흰색? 일곱 빛깔 무지개 색?... 빛은 그것이 비추는 세상의 온갖 피조물 수만큼 무수히 많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
256쪽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 13-14)’ 이 말씀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제 잘난 맛에 살고 저 혼자 때깔 좋게 우리가 세상 속에서 제 잘난 맛에 살고 저 혼자 때깔 좋게 빛나라는 애기가 아니다.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과 어우러져 세상을 더 살맛나게 만들고 더 따뜻하고 환하게 비추라는 말씀이다.
‘보기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 아니라 ‘함께 살면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258-259쪽
세상과 무관한 하느님 나라, 관계를 떠난 복음이란 있을 수 없다.
네가 너를 살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며 내가 너와 살아가고 ... 신앙은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아름다운 성전에서의 장엄한 전례와 경건한 기도를 통해 기억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거친 세상 속 힘겨운 일상 한가운데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행한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
사람들이 칭송하는 내 모습이
사실은 비추지 않는 빛, 어우러지지 않는 소금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