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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 박경림이 만난 꿈꾸는 엄마들
박경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엄마의 꿈 - 박경림
별점을 줄 수 있다면 백 개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세 가지를 포기하고 산다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그래서 삼포세대라고 하지요.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도 포기해서 포기할 것이 두 가지 더 늘었습니다. 이렇게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갈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고 마케팅 기법이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티비 드라마 등에서는 행복하려면 강남에 내 집이 한 채 정도 있어야 하고, 남자도 번듯한 차가 있어야 하고, 양문형 대형 냉장고와 최신 스마트 폰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니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경제활동을 할 수 밖에 없네요.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모아야 하는 지금의 젊은 남녀가 언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겠습니까. 포기할 수 밖에요. 남자들도 저런 트렌드에 길들여지다보니 배우자가 맞벌이를 하면 좋겠다는 주장을 예전보다 훨씬 많이 하죠.
여성의 경력 단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경력에 있어서 무덤과도 같죠. 저성장이 꾸준히 이어지는 지금 일하겠다는 청년들도 줄을 서 있으니 경력 단절 여성이 일하기는 더욱 어려워요. 국가적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는 현실로 더 크게 다가올 뿐입니다. 그동안의 재정적 지원이 별 도움이 안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현실이 이러하다 해서 삼포, 오포의 세대로 남을 수만은 없습니다. 특히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힘들지만 정말 행복한 일이거든요. 저도 아이를 키워보니 너무 행복합니다. 다른 어떤 경험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가 가진 꿈도 계속 꿀 수 있어야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오직 ‘출산과 육아’는 아니니까요.
지금이야 맞벌이 부부가 더 많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총 동원되어서 손자‧손녀를 예전보다 잘 돌봐주십니다. 그런데 ‘여자가 애나 키우고 밥이나 하지’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시대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여자 핸드볼 임오경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임신 6개월이면 걸어다니기도 쉽지 않고 조심스러울텐데 선수로 뛰었답니다. 출산 후 2~3주 동안 집안일도 하기 힘들어서 산후 조리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도 임오경 감독은 2주만에 코트로 복귀했습니다. 박남옥 영화감독은 애기를 등에 업고 ‘레디 고’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당시에 엄마로서의 의무와 권리도 포기하지 않고, 엄마가 가진 꿈도 포기하지 않은 엄마들이네요.
‘절대 퇴사하지 마세요. 엄마가 숨쉴 구멍이 있어야 아이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어요.’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도 나왔지만 직장맘들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 아닌 죄책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잘 돌보려고 퇴사를 하지만 오히려 엄마가 숨쉴 구멍이 없어서 더욱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책을 읽으니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커집니다. 사회생활도 저와 똑같이 하고 있으면서 집안일과 출산‧육아까지 다 해내고 있으니까요. 그 동안 가정이 화목했던 비결이 아내덕이라는 생각입니다. 여기 나오는 ‘꿈꾸는 엄마’들에게는 대부분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있습니다. 남편이 ‘이해와 도움’을 넘어서는 가사분담이 꼭 필요하네요. 물론 저도 티비 육아프로그램을 보면서 ‘왜 나는 저런 아빠가 되지 못하는 거지?’라고 한탄하는 보통 남편, 보통 아빠일 뿐이지만요. 부부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