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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 과제설정의 사고력편 ㅣ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시리즈 1
도쿄대학 EMP.요코야마 요시노리 엮음, 정문주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 도쿄대학 EMP
‘책 제목에 낚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면 십중팔구 좋은 책이 아니겠죠. 그러나 읽을수록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이나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이 맞나 확인했습니다. 부제도 ‘조직의 미래를 책임진 1% 인재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리더 수업’이라고 했거든요. 당연히 세계를 보는 넓은 눈,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리더십,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자기관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경영기법 등이 소개되리라 생각되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이나 리더십 얘기는 없어요.
MBA로도 못 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수업을 만들었습니다. MBA는 경영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는 1%를 위해 이 MBA라는 고급 수업으로도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교육 방법이죠. 이 강의의 수강생들은 기업인, 중앙 및 지역행정관, 전문 직업인 등 차세대 리더들 중 경쟁 통해서 25명 정도의 소수 정예만 선발합니다. 학기당 등록금은 6천만 원이나 되는 아무나 못들을 수업이네요.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이 있을 정도니 그 수준을 알만합니다.
일단 책 내용은 아주 낯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리더육성 프로그램에서는 가급적 세간의 상식을 깨려 합니다. 강사들도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다루지 않고 대화를 통해 문제의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내용이 여러 분야를 널뛰기하고 있습니다. 발생생물학을 알려주면서 과학의 문해력을 뜻하는 Science Literacy로 시작합니다. 조정력·노년학을 통해서 데이터 축적과 실증실험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은하천문학으로 분야 간의 융합을, 중국철학을 통해 패러독스를 수용하도록 합니다. 물성과학으로 관점을 변화시키고 언어뇌과학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의 방법을 말합니다. 각각의 분야가 너무도 전문적이고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아무리 봐도 리더육성 수업과는 관련이 없어보이죠? 즉, 경영기법이나 리더십을 가르치지 않고 학문을 융합해서 경영자를 만들어내는 수업이라는 뜻입니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우는 것이 곧 경영자를 키운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고등학교 때 가끔 하는 질문이 있죠.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내가 미적분을 배우고, 쌍곡선의 기울기를 아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나요?’. 여러분은 무슨 답을 얻으셨나요? 저는 이 대답을 물성과학 분야의 이에 야스히로 교수가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저는 도쿄대학 리더육성 프로그램 수강생들은 어떤 분야건 간에 ‘이게 무슨 도움이 되나요?’ 라는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물성과학 같은 학문 분야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됨으로써 물질을 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이 달라지지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단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어디에 소용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앎으로써 우리의 관점, 나아가 세계관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같은 세계관의 변화는 천천히 사회의 변화로 이어진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만 해도 대단하다는 말이죠.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다 한들 중세시대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일이 있었을까요?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해봐야 당시 시민들이 먹고사는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의 관점과 세계관이 변했죠. ‘신’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었던 사고에서 벗어납니다. 신이 만든 지구라는 세상은 당연히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신이 빚은 인간이 최고라는 생각을 뛰어넘었습니다.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에서는 이렇게 단순한 경영기법이 아닌 ‘지독한 생각 수업’으로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인재를 키우려 합니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당당하고 존재감이 있으며, 통역 없이 자기표현을 하고, 사고의 기반이 단단하고 공공정신도 있으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리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람을 끌고 나가도록 키우는 방법이 멋집니다. 왜 경영자들이 인문학을 파고드는지도 알려주는 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인문학을 어떤 방식으로 접해야 할지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네요. 다만 너무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가 나와서 아주 아주 지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