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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평점 :
함께 다시 유럽 - 오재철, 정민아
“어떤 일에 매진한다면 그 일에 대해서 책을 써낼 정도로 하라.”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에 대해서 책을 쓸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행은 그 자체의 여유와 사색을 즐기러 가는 것이지 거기서도 책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하고 고민한다면 그게 무슨 여행이냐?’라는 반대 의견이 벌써 들리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건 순전한 개인차라고 봐요. 한국과 일본 사람들은 ‘남는 게 역시 사진이더라’하면서 에펠탑, 박물관, 성당, 사찰, 계곡, 폭포 등에서 사진 찍기 바쁩니다. 이를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죠. 유럽 사람들이 여행을 갈 때 그곳의 문화와 여유를 더 좋아하나봐요. 저런 한국과 일본 사람을 ‘클리커’라고 부르며 놀리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어떨까요. 저도 여행을 몇 번 가봤지만 사진이 있으면 그때의 문화와 기억이 남아서 더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요. 이미지를 활용한 메모처럼 그 여행지로 돌아가서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는 ‘여행=사진’이라 할 정도로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렇듯 여행도 각자 생각하는 정의가 달라요.
두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14개월 동안의 세계일주를 떠납니다. 2명이서 5,000만 원의 돈을 썼다고 하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을 쓰고 왔네요. 이 여행을 위해서 혼수, 예물, 폐백 등 결혼식 비용을 거의 없다시피 했고, 월세 보증금, 자동차, 쓰던 물건을 팔고, 그 동안 저축한 돈을 투자했습니다. 떠나는 것도 그냥 훌쩍 떠나기는 힘드니 3개월 동안 떠날 준비를 했답니다.
남편은 사진학과를 졸업한 프리랜서입니다. 여행 잡지 기자로 일한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온 사진들이 ‘와~!’하는 감탄사를 부르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두 대의 DSLR과 세 대의 렌즈, 거기에 똑딱이 카메라까지. 카메라 가방만 12kg가 되었다 하니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내겠네요. 200~300g밖에 하지 않는 콤팩트 카메라도 두 개는 귀찮거든요. 이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닌 덕분인지 멋진 사진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관광지도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사진들이 곳곳에 있어요.
아내는 국어국문학과 출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네요. 여행 계획을 잘 짜고, 남들이 다 가지 않은 여행지를 잘 고릅니다. ‘가이드북 노예로의 전락은 싫다’고 할 정도. ‘돌아서고 싶은 곳에서 딱 한 걸음 더 나아갔을 때부터가 진짜 여행이다’라고 말합니다. 다른 여행 가이드책에서 말하는 유럽과 차별화되는 책이 나온 것은 이 아내의 덕분이네요. 국문과 출신답게 글도 잘 씁니다. 키도 크고 체력도 좋은 인물로 나와요.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참 부러워합니다. 낯선 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본다니 참 매력적이죠. 그런데 만약 내 직업이 여행하는 일이라면 어떨까요? 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야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 하고, 새 침대에 누워서 자야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일상으로부터 탈출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넓은 세상을 본다’는 것을 부러워하나봐요. 이 말을 깨달은 사람은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이미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와닿는 말 한 마디. ‘지금 우리가 가진 거라곤 내 몸뚱이만 한 배낭 하나뿐인데 왜 이리 행복할까?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