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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잔잔한 수필 모음입니다. 예전에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개정판이네요.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너도 날 사랑해야 해.” 이는 거래고 흥정이죠.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오늘 6살 아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부터 피아노 치고, 게임하고, 외식하고, 근처 공원을 갔다가,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애견 카페에 갔다가, 스파게티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동전 노래방을 갔습니다. 아들도 이런 아빠와의 하루가 재밌었나봅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 옆에 꼭 붙어 있네요. 저도 아들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합니다. 그러나 내일이면 마흔인 저도 6살 아들에게 저렇게 질투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오늘 너랑 놀아주느라 이렇게 수고했는데 너도 아빠 말 좀 잘 들어야 하지 않겠니? 부모 자식 간에도 내리 사랑이 쉽지 않네요.
“그 동안 어떤 글을 써 왔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저도 나중에 써보고 싶은 질문이네요. 저한테도 좋은 질문이기도 하고요. 나는 그 동안 어떤 삶을 살아 왔나,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물어봤습니다. 어떤 원장이었나, 앞으로는 어떤 원장이고 싶은가로 질문이 확장되었습니다. 어떤 남편이었나, 어떤 남편이고 싶은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을 알아볼 가장 좋은 질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듯 굳이 여행을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또는 자기를 돌아보기 위해, 경험을 쌓으려고, 인생 공부를 하려고 여행을 떠납니다. 인생에 있어서 여행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어디엔가 다녀왔다라는 자기만의 뿌듯함만 남아서는 곤란하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라고 하지요. 이렇게 인생 공부에 있어서 독서와 여행은 동급입니다. 독서 초보자가 분에 맞지 않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첫 책으로 선정해서는 안 되겠죠. 여행도 분에 맞아야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부터 이런 책은 어떤 사람들이 쓸까 궁금했습니다. 아주 섬세한 사람들이 쓰나봐요. 저는 혼자서 밥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취를 해서 그렇습니다. 혼자서 외식하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저자는 그렇지 않았나봐요. 혼자서 밥을 먹으면 외롭고, 초라하고, 남의 시선이 의식되었나 봅니다. ‘타이머신이 있다면 지난날로 돌아가 식당에 혼자서 밥먹는 나를 한 번쯤 안아 주고 싶다.’ 일상을 이렇게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인가 잠깐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세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 말입니다.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려면 내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당신이 알아서 행복하기는 쉽지 않네요. 서로 대화를 하면서 맞춰 가야 하더라고요. 아직 우리는 교황님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