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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펭귄
빌 비숍 지음, 안진환 옮김, 박재현 감수, 강규형 기획 / 스노우폭스북스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핑크 펭귄. 빌 비숍
세스 고딘이 지은 <보랏빛 소가 온다>가 생각나는 제목입니다. 이 <핑크 펭귄>도 그 비슷한 책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핑크 펭귄은 보랏빛 소와 차원이 다릅니다. 한 두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보랏빛 소는 ‘리마커블 하라’는 내용으로 꽉 차 있는 책이죠. 이 책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리마커블 하라는 말인데? 누가 리마커블 하기 싫어서 안 하나?’에 대한 답이 있는 책입니다.
제품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서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또 지긋지긋한 고객 중심인가 싶으시죠.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야기해요. 스스로를 소개할 때 단순히 치과의사라고 소개해봐야 그냥 펭귄 하나일 뿐이죠.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객에게 스스로를 소개할만큼 압축되고 간결한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미소를 돌려드리는 치과의사라고 소개할 수 있어야 핑크 펭귄입니다.
어느 분야든 경쟁의 끝은 가격 경쟁입니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가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줬죠. 그러나 샤오미가 나타나면서 가격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론만 해도 획기적인 신사업이었습니다. 저도 오늘 DJI 매빅이라는 꽤나 고가의 드론을 샀습니다. 그러나 치어슨에서 만드는 드론은 쌉니다. 정말 단돈 만 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요즘은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이런 가격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 구르메 패키지를 함께 제시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적당한 기능에 적당한 가격을 B라고 하고 주 타깃제품으로 삼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슈퍼 특급 제품에 아주 높은 기능을 집어넣고 가격을 훨씬 높입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는 늘 새로운 부품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출시됩니다. 그래픽 카드 중 최상위를 자랑하는 GTX1080은 사실 거품입니다. GTX1070에 비해서 그렇게 가격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니거든요. 대신 아주 비싼 GTX1080이 있기에 GTX1070과 GTX1060이 잘 팔립니다. 구르메 패키지인 셈이죠.
자석이 달린 사람처럼 고객을 끌어 모아야 합니다. 반대로 하면 찾아가는 영업 사원이 됩니다. 지인들이 저에게 찾아와서 진료를 받으면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인이랍시고 먼 길을 왔는데 또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다린 분이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십니다. 정상 진료시간을 마치고 따로 제가 시간을 내어서 잘 해드리거나, 아예 환자의 집으로 왕진을 가주는 경우는 오히려 불만이 많이 생기시더라고요. 저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왕진을 가주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상대가 아주 고마워 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현실은 반대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환자가 없으면 일요일에 우리 집에까지 와서 진료를 봐줄까?’라는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죠.
인간의 심리는 참 묘합니다. 앞으로 심리학이 다시 대두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알파고가 아무리 이세돌을 이겨도 인간 심리는 AI가 읽어내지 못합니다. 물론 AI도 빅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보겠지요. 그러나 그 분석을 만드는 주체는 ‘심리를 잘 파악하는 인간’이 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