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 -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똑똑하게 사는 법
미카엘 달렌.헬게 토르비에른센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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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숫자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데이터를 합산해 계를 내고, 미래를 예측하고, 증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오면서 숫자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과연 내가 만들어낸 숫자가 얼마나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이게 사실이라고 믿어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면 너무 믿고 당연하게 생각해오고,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인지도 몰랐다.

<매일, 더, 많은 숫자의 지배>는 수에 모든 것을 통제당하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낸 책이다. 질보다는 양에, 숫자라면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책이기도 하다. '숫자는 신뢰할 수 없다!' 라는 말은 나처럼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황당한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숫자가 업무적인 일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까지 녹아들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면 당연히 되돌아보고,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들기까지, 또 잠을 자는 순간까지도 우리의 일상 중 수치화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있을까. 당장 오늘 아침에도 수면 데이터를 확인했고, 수시로 블로그와 인스타 게시물의 조회수를 확인했고, 걸음 수 등 정말 많은 수치를 확인했다. 내 일상의 모든 게 수치화되고 있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는 숫자로 만들어진 일상을 보고 있었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자 미카엘과 헬게는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된 수치를 통해 측정하고 계산하고 비교하여 판단하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린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연구와 사건들 덕에 정말 즐겁게 읽은 책이다. 보통 숫자와 관련된 책은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쉽고 유익한 내용들로 적혀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이었다. 수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숫자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사유할 수 있었다. 수치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며, 숫자에 의존하게 된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삶을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워나가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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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윤정은 지음, 송지혜 북디자이너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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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어보지 않아서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세탁소의 주인이 떠나면서 마음 세탁소는 운영을 하지 않고, 대신 '해인'이 마음 사진관을 꾸려가는 이야기인 듯했다. 이끌리듯 사진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담긴 사진을 찍어 건네는 마음 사진관. 미처 깨닫지 못한 행복한 순간들을 담아내어 보여주는 사진관에서 다시 삶을 살아낼 희망을,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스스로를 위하는 마음을 찾아가는 듯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던 작품이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환상처럼 마냥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쩌면 고통스럽고 우울할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라 좋았다. 앞에 놓인 암울함만 보느라 수많은 행복을 놓치고 살아올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무기력하고 신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책에서 위로를 받아버렸다.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삶에도 순간순간의 기쁨은 있고, 마음을 데워주는 행복은 늘 가까이 있음을. 그러니 깊은 어둠 대신 어두운 하늘 속 예쁘게 피어나는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을 볼 것을.

요즘 비슷한 류의 힐링 소설들이 쏟아지고 있고, 그중에서 딱히 좋다고 느낀 작품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공감이 된 부분도 많았고, 읽는 내내 정말 힐링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인데 운명처럼 메리골드를 찾은 사람들이 마음 사진관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모습에서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맞을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도 생기고.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울림을 받았던 건, 우리의 일상에는 충분히 빛나는 행복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커다란 행복만을 바라고 나아가느라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나는 자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는 내 감정을 조금 더 세심하고 들여다보고, 소소한 희망과 기쁨으로 미래를 살아가야지. 아, 마음 사진관의 이야기를 보다 보니 마음 세탁소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세탁소 주인인 '지은'과 '해인' 사이엔 어떤 추억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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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인드 (10만 부 기념 코멘터리 북) - 무의식이 이끄는 부의 해답
하와이 대저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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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 많다. 목표를 세워봤지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역시 부자가 되는 인생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포기했던 적도 많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과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은 꼭 경계가 나뉘어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느껴져 오히려 더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 썩 좋은 기분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도 했고, 막대한 부를 이룬 사람들도 어떻게 부를 이루게 됐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주고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이야기를 굳이 시간을 들여 있어야만 할까 싶은 생각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들을 놀랍도록 바꿔 준 책이 <더 마인드>였다. 처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심장이 뛰고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스스로도 당황스럽고 놀라웠지만, 확실히 내게 큰 울림을 줬던 책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난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부의 소프트웨어로 갈아 끼울 것을 권고한다. 원하는 삶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시각화하면 내 안에 잠재된 무의식이 결국엔 원하는 삶으로 데려다준다고 말한다. 의식화하고 상상한다고 정말 원하는 삶을, 성공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저자 스스로 그 방법을 증명해냈기에 한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엄청난 돈이 드는 것도,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고, 그 일을 한다고 해서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건 아닐 테니까 말이다.

요약하자면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는 것, 그 목표를 무의식에 끊임없이 새기는 것,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소한 성공을 이루면서 끌어당김의 힘을 느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무의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한다. 성공을 원하고 성공을 상상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끝내는 마주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해보자.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딱 한 번만 독해지면 되니까.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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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내 인생 도넛문고 7
윤해연 지음 / 다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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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색이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채로운 삶의 빛깔을 가진 이야기라 제목이 <레인보우 내 인생>이 아닐까 하고 단순하게 추측했었는데, 젠더에 관한 청소년의 방황과 고민을 담아낸 소설이라는 걸 책장을 열어보고서야 알았다.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에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이야기고, 점진적으로 사회가 마주해야 할 문제이기에 어쩌면 옳은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두 엄마와 함께 사는 중학생 소녀 '이다'의 이야기다. 레즈비언 엄마들(난다 씨, 온다 씨)와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제도적 문제와 사회적 편견 등에 갈등하고 방황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일상도 우리가 보내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들 가족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 차별, 억압 등의 문제에 회피하기보다는 설득하기를 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다의 친구들이 보여준 성숙한 태도 역시 무척 감명적으로 다가왔다.

정상가족의 범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애초에 '정상'가족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었다. 세상엔 여러 형태의 가족이 있는데 왜 꼭 동성 가족에 대한 시선만 그리 모진 걸까. 남성인 아빠, 여성인 엄마로 이루어진 가족만이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성별을 따져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 전에 나는 그들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사랑과 공감, 유대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이다.

동성 부부에 대해서 또는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성소수자들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고 생각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다'의 이야기를 통해 혐오의 시선이 그들을 얼마나 상처받게 하고 주눅 들게 하는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세상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어색하고 낯설 수는 있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발걸음에 근사한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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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몸 안에 있다 - 의사이자 탐험가가 들려주는 몸속에 감춰진 우리 존재와 세상에 대한 여행기
조너선 라이스먼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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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이루는 각 기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몸에 두드러지는 이상신호가 발견되거나 심하게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좀처럼 몸속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외적인 모습은 수시로 확인하며 잘 가꾸어도 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걱정이 자리를 잡아들고 나서야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둘러 병원을 찾는다. 내 몸에 가장 관심이 많아야 할 주체가 사실은 내 몸에 대해 가장 무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몸 안에 있다>는 그런 면에선 좋은 책이다. 미처 몰랐던 내 몸의 곳곳을 탐험하고 그로부터 신체의 작동 방식이나 각종 의학적 지식, 신체로부터 깨닫게 되는 사람의 원리를 배운다. 목구멍에서부터 시작하여 혈액에 이르기까지. 저자인 라이스먼의 경험을 통해 우리 몸을 이루는 신체의 부분부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유할 기회를 얻는다. 그저 단순히 '몸' 이야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이야기이기에 이 책은 인간의 몸과 삶을 탐험하는 장대한 여정기라는 가치를 갖는다.

읽기 쉽게 쓰인 책이다. 의학적 정보를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그동안 떠올려보지 못했던,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의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평소 의학 서적을 자주 읽고자 하는 편인데, 타 의학 서적보다 이 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읽었던 건 여행자로서의 기록 덕택이 아닐까 싶다. 세계 곳곳을 여행했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바깥의 세계와 우리 내부의 세계가 보다 많은 부분이 닮아 있음을 처음으로 느낀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시각으로 관찰하고 깨닫고 느끼는 경험은 생경하고 낯설었지만 그 낯섬이 오히려 새롭고 신선해서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인체를 탐험한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여정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딱딱하고 차가운 의학 서적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의사이자 탐험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 덕에 이런 기쁨을 알아간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몸속에 놓인 장기와 기관들의 기묘한 구조와 쓰임새를 보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몸을 아는 것은 결국 삶을 아는 것과 맞닿아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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