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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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눈이 안보인다는 것.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고 하니 내 주변의 어떤 이가 떠오른다.


얼마전 동료중에서 눈이 안 보이는 사람, 일반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시각장애인을 내가 강제로 2주동안 무보수로 돌봐야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아침부터 집에 가기전까지 그의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돌봐주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다 그를 지칭할 때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것은 정상인인 우리와 그를 나누는 벽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시작했지만, 갈수록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잠시라면 도와줄 수 있어도 오전부터 오후까지 다 도와주려니 짜증이 났다.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붙어다니고 구내식당에서 밥을 떠주고, 남은 뒷처리도 내가 다하고...

하지만 그에겐 화를 낼 수 없고, 나는 화는 나고...점점 지쳐갔다.

억지로 억지로 참아갔다.

그가 불쌍해서였다.


그나마 내가 화를 풀 수 있었던 공간은 가족이 있는 집이었다.


이런 생각도 떠올랐다.

'강제로 하는 봉사는 노동이구나.'

'봉사는 마음으로 해야하구나'

'봉사는 자발적으로 해야하구나'


예전에 해본 봉사랑은 차원이 달랐다.

나쁘게 말하면 이번 사람은 나에게 지워진 짐과 같은 느낌이었다.


말을 할때도 너무 신경이 쓰였다.

뉴스를 봤다느니 등의 시각과 관련된 표현은 일체 쓰지않았다.

왠지 친구도 많이 없을 것 같아, 계속 말을 걸어주었다. 



그도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불쌍한 감정과 내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별개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마침내 내 임무를 완수했다.

그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별 감정이 들지않았다.

뿌듯하지도 않고, 홀가분했다.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대가가 없기에 그랬던 걸까.

나도 이제 속물인걸까.

내가 속이 좁은 인간이겠지.


하루종일 남을 돌본다는 건 쉬운게 아니구나.


그래도 그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였다.

이 나라에서 눈이 안 보이는 분들이 잘 살아가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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