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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평점 :
읽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했을 한 권의 책.
한 글자마다 삶의 애환이 묻어난다.
이 책은 일반적인 책과는 다르다. 위는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두 사람의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편지라는 매개체에 고스란히 전해져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편지를 쓰는 시대가 주로 70~80년대이다. 편지가 답답하면서도 억압하는 세상의 부조리나 미약함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을지도.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었기에 이렇게 고된 인생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손편지. 어느새 그것은 과거의 전유물이 되었다. 읽을수록 이러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지경이다. 친구란 무엇인가. 이오덕과 권정생의 첫 만남은 1973년. 이오덕이 권정생의 작품을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권정생을 찾아갔고, 권정생도 이에 화답하여 죽을힘을 다해 아름다운 작품을 썼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어진다. 편지에는 두 사람 간의 순수하면서도 맑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권정생은 1969년 '강아지 똥'으로 등단. 어린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소소한 문장임에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 그 책. 하지만 권정생은 전쟁과 가난으로 스무 살에 결핵에 걸려 홀로 아프게 살았다. 《강아지똥》은 그런 손으로 고통을 이겨가며 한 자, 한 자씩 써 내려간 동화이며, 우리는 그런 동화를 읽고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까칠하다. 문학에 대해선 지극하게도 철두철미했다.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가 통하는 부분이었다. 그 자세가 오늘의 한국문학을 높였을 것이다.
선생님의 몸이 더한층 악화되신 것 같은데, 좀 자세히 알려 주실 수 없습니까?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데까지 힘을 다하겠습니다. 혹 경제적인 사정은 아닌지, 좀 솔직히 얘기해 주세요. 몹시 걱정입니다. (p.119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보내는 편지)
우편환으로 7천 원 부쳐 드립니다. 또 어려우시면 편지 주십시오. 제가 직접 가지 못해 안됐습니다. 3월 중순까지는 틈이 안 날 것 같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양식과 연탄 같은 것 확보하십시오. 신문값같은 것은 차차 내도록 합시다. (p.43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보내는 편지)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두 사람의 대화. 특히 이오덕은 권정생의 건강과 가난을 걱정했다. 뭉클한 감동이 느껴진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아프고 다른 사람이 걱정할때 내 마음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저는 돈하고는 인연이 머니까, 고료는 받지 않아도 되니, 어디든 지면만 있거든 주어버리세요. 그보다 작품이 제대로 쓰였나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저때문에 너무 염려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올해도 보리밥 먹고, 고무신 신으면 느끈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가난한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p.17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보내는 편지)
정말 삶이란, 단순하지가 않다. 특히 두 사람을 보면 그렇다. 두 사람은 그런 현실을 꿋꿋이 이겨나가고 받아들인다. 가난한 사람만이 정직할수있다는 권정생의 믿음.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순수함 그 자체. 물질은 풍부해졌지만, 사람사이는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 이런 척박한 사회에 깨달음을 주고 있다. 돈이란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권정생과 물질적인 욕망을 끊어 버리는 데서 아동문학의 정신이 싹트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오덕. 어찌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이렇게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두 사람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아동문학을 걱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두 사람은 떨어져있는 상황에서도 공통된 생각을 피워낸다. 두 사람이 다 있었기에 한국문학에 이렇게 대단한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배우지 못한 것이 제일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중략) (p.60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보내는 편지)
대구에 두었던 책을 모두 가져왔습니다. 이제 명년 봄에 어디 전근되더라도 그곳에 책만은 가져갈 생각입니다. (p.167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보내는 편지)
전근되더라도 책만은 가져가겠다는 이오덕과, 남은 인생의 즐거움은 책을 사고 읽는 것뿐이라는 권정생. 그 말에 심히 공감한다. 책만보면 한없이 사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족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중략) 선생님, 백번 죽었다 살아난대도, 저는 역시 가난하게 살면서 가난한 아이들 곁에 있고 싶습니다. 이대로 죽으라면 죽겠습니다.(p.56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를 좋아하는 나. 조금은 공감이 간다. 이렇게 남에게 전하지 못하는 속내를 권정생은 이오덕에게 전하고 서로에게 존경심을 갖추며 이야기를 나눈다. 감정이 북받치고 가슴을 울린다. 읽는 내내 몇번이고 눈물이 나려고 했다. 무엇이 진정한 우정인지 느낄 수 있고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또한 세상에 향한 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나라 어린이와 아동문학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두사람. 앞으로 이런 사람이 나올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면 다른 사람을 위로해준다는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감동이 오래 갈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생각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읽어, 조금이라도 따뜻했던 옛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