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 1 (반양장) ㅣ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나오기 한달 전부터 기대하며 노래를 불렀던 터라 출판되자마자 기대반 설렘반으로 읽었다. 헌데! 2권까지 부랴부랴 읽고나니 <제 1부 끝.> 이런, 낚였구나. 그 뒤에 3부까지 있고, 그마저도 내년에나 다 출간된단고 하니 맥이 빠진다. 이걸 기다려서 3부까지 다 봐야할까 이런 생각마저 든다.
종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과 다르지 않은 구조다. 내 보기엔 같다. 이제 그의 문체는 거의 특징화 되어 버렸다. 물론 같은 번역가가 계속해서 그의 글들을 번역해주고 있지만, 저자를 적어놓지 않았더라도 알아 볼 수 있을 듯 하니까. 두 갈레의 병렬식 구조와 늘 어느정도 미궁, 수수께끼 들을 반드시 남겨놓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언급한다. '이게 뭐일지 궁금하지 않니?' 인정할건 해야겠다. 그가 남겨놓은 물음표에 호기심이 생긴다는 점은 거부 할 수 없으니, 어찌됐든 난 분명 3부까지 다 읽고 말리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신에서 또한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신이 되기 위해선 후보생 과정을 거치며 신 후보생들의 하나하나가 만들어 나가는 18호 지구라는 전체적인 틀은 참신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문명이라는 것이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만들어 내며, 다른 부족을 약탈하고, 협력하는 등... 실제로 우리가 익히 다큐멘터리 따위에서 보고 또 본 내용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루함 마져 느껴졌다. 1호 지구인 우리가 살고있는 곳에서 나왔던 인간(신후보생)들이 만들어 낸 18호 지구라면서, 좀 더 베르나르 베르베르틱한 놀라운 세상을 만들어 낼 줄 알았더니, 아담과 하와 이후부터 교과서에나 나올듯한 말을 하나 하나 언급하고 있지않은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올림포스 신들을 언급해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함께 읽는 기분에다가, 로댕, 고흐, 마타하리, 마릴린 먼로 등.. 들으면 알만한 실존했던 인물들을 뒤섞어 놓았다는 것이다. 이유야 뭐든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베르베르 그 스스로 이상하게 편집해버린 듯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의 비중이 더 컸더라면 '그냥 웃기는 소설'이 되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웃기는 소설'이고 싶지 않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계속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디서 왔는가 혹은 이 모든게 이미 정해져서 짜맞추어진 것은 아닌가. 그건 신 후보생들이 다루고 있는 부족들로부터 발견할 수도 있고, 그들을 다루고 있는 신 후보생들 조차 느끼고 있다. 어디로 가든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 뒤를 따르고 있다. 숫자의 상징체계에서 8은 무엇일까. 저들을 가르치고 있는 올림포스 신들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자가 이미 모든걸 알고서 모든 걸 정해놓지 않았을까. 신 후보생들이 스스로 창조하고 있는 세상들이, 사실은 이미 그렇게 되도록 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점 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궁금하기는 하다. 과연 그 의문점들의 끝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떻게 찾아 낼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