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오, 연극 1 - 옛이야기 연극 수업 연극이오, 연극 1
임정진.송미경 지음 / 올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국어 교과서 속 극본 읽기를 좋아했다. 정작 연극을 해본 것은 성인이 된 이후다. 몇 번의 기회에 불과하지만. 돌아보니 드문드문 연극 비슷한 것에 관심을 가졌구나 싶다. 대학 때 교내방송국 활동으로 써봤던 드라마 대본, 궁금해서 들어봤던 연극 관련 교양수업, 한번 써볼까 해서 끄적거렸던 시나리오 등. <연극이오, 연극! 1>이라는 책에 눈길이 간 것은 어쩌면 오래 품은 연극에 대한 관심 때문일지 모른다. 최근의 관심사 때문이기도 한데, 그것은 아이에게 재미있게 들려줄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시리즈로 네 권이 나와 있다. 옛이야기 연극 수업을 위한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실제로 책 말미에, QR 코드를 찍어 수업 가이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이야기별로 PDF 파일을 제공해준다. 초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연극 단원과 연계된다고 하니,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 활용하기에 적합할 듯하다. 그렇다고 수업용 자료로 그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에는 인도 민담 악어와 원숭이, 티베트 민담 짐승의 말을 알아듣는 목동을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토끼의 간, 혹부리 영감, 반쪽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두 민담도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인 듯 낯익다. 각 이야기별로 대본과 재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극본과 동화의 특성 및 차이를 구별하면서 읽어갈 수 있다. 새삼 극본의 재미란 등장인물을 부각한 것이구나 싶다. 동화를 읽을 때는 아무래도 줄거리 위주로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되는데, 극본을 볼 때는 각 등장인물의 대사에 더 주목하게 된다.


악어와 원숭이 이야기에서, 대본은 어린 악어를 등장시켜 엄마 악어와 아빠 악어가 원숭이를 속이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재화는 악어 부부만 나온다. 토끼의 간 이야기에서, 대본은 자라 위주로 전개된다면, 재화는 토끼 중심으로 내용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에서는, 재화보다 대본이 더 풍성한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장면이 아무래도 연극을 통해 더욱 실감 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욕심쟁이 영감이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재화의 결말보다, 그 영감의 한마디 "아이고, 아이고. 혹 떼려다 혹 붙였네."가 훨씬 재미있게 다가온다.


짐승의 말을 알아듣는 목동 이야기에서는, 까마귀들의 대화로 끝맺는 대본보다 왕이 된 목동이 백성들에게 하는 말로 귀결되는 마무리가 더 여운을 준다. 반쪽이 이야기에서는, 반쪽이가 분이를 데려가는 상황에서 분이의 심정이 다르게 그려진 점에 주목해본다. 재화에서는 분이가 "힘도 세고 지혜로운 사람"인 반쪽이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정도로 나오는데, 대본에서는 반쪽이의 대사를 통해 분이와 어릴 때 서로 친했다는 것, 분이의 대사를 통해 반쪽이가 똑똑하고 친절하다는 것이 언급된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새 책을 읽어줄 때 자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특히 재미있게 다가온 부분은, 그 대목만 또 읽어달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흥미를 가질 그림이 이야기 속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도 그림에 실려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게 해줄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의 대본을 읽어주는 어른들의 생생한 연기력이 한몫 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알고 있는 이야기 혹은 새롭게 알게 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이오, 연극! 1>이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