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까 올리 그림책 10
오은영 지음 / 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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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볼 그림책을 선별하는 몇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는, 무한한 상상력을 뻗어나갈 수 있는 그림책이다. 내용 소개를 보니까, 이 그림책 <보니까>가 그에 부합하는 듯하다. (일부러 '보니까'를 넣어서 문장을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일상에서 '보니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실제로 첨부된 독서활동지에 '보니까'를 이용한 말놀이가 나와 있다. '보다'의 뜻도 두 가지로 풀이해놓고 있다. '눈으로 대상을 살펴본다'와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시험 삼아 한다'는 의미. 여러 도형에 덧붙여 그림을 그려보는 페이지, 모눈종이 상상화를 그려보는 공간도 나와 있다. 모눈종이가 활동자료에 등장한 이유는, 특이하게도 이 책 전체 배경이 모순종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동그라미가 나온다. 양면에 같은 크기의 동그라미가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달라진다. 둘의 색깔이 다르다. 재미있는 점은 모눈종이의 작은 네모 안에 조금씩 색깔 차이가 있다. 이어지는 세모와 네모 차이는 도형인데, 각각 모서리가 세 개, 모서리가 네 개라는 짤막한 설명이 나와 있다. 삼각기둥, 원기둥까지 나온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도형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의 내용이라면 평범하다고 볼 수도 있다. 흔히 보던 원, 삼각형, 사각형이 변형을 거치면서, 점점 다른 모양으로 변해간다. 동그라미와 기둥을 그리고 선을 꺾어 보니까 어떤 형태가 보이고, 생각을 움직여 보니까, 더 많은 모양이 그려진다. 생각나는 대로 더더, 그려 보니까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보니까, 보이고, 보이네" 등의 말들이 자주 반복된다. 자세히 보니까, 큰 소리로 읽고 싶은 문장들도 보인다. (나도 모르게 자꾸, '보니까'와 '보인다'를 넣어 말놀이를 하게 된다.)


아니야,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다르니까 오히려 더 멋져 보인다!

같은 것과 다른 것이 함께 어울리니까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네.

와! 생각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니까 멋진 세상이 보인다!


재미있는 말놀이와 그림놀이가 조화롭게 펼쳐진 그림책이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말의 즐거움도 느껴보고, 그림을 관찰하면서 도형을 이해하고 상상력도 넓혀볼 수 있다. 글 작가가 그림도 그렸다. 이토록 멋진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자유로운 한 편의 상상화가 펼쳐진다. 이 그림을 본 아이들이, 당장 자신만의 상상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될 듯하다. 아이와 같이 보는 내가 그런 마음이 솟아날 정도니까. 참고로, 이 책은 제6회 2020 상상만발 책그림전 당선작이다.


그림책을 포함해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날의 내 감정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했던 말에 '왜 저렇게 말할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여러모로 나와 다르니까 그렇다고 이해하면서도, 내 안에 '저 사람이 한 말은 틀렸어' 하는 판단이 숨어 있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니, '내가 단어 사용에 좀 민감한 편이구나'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특정 상황에 모두 나처럼,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니까. 한 번쯤, 과도한 민감성은 아닌지 살필 필요도 있겠다. 다르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유익했다. 잠시 불편했던 마음이 편해졌으니까. 나와 상대방을 더욱 알아가는 시간이었으니까. 이 그림책 덕분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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