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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엠의 등대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6
톤 쿠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아이에게 바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등대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면 좋을 듯했고요. 주인공 소년 비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도 궁금했지요. <비엠의 등대> 그림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작가 톤 쿠네는 네덜란드의 그림책 작가인데요, 사진가, 조각가, 영화감독이기도 하네요. 그런 이력 덕분일까요. 그림들이 꽤 섬세한데요, 특히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가 잘 묘사되어 있어요.
비엠은 등대지기 아빠, 말 한 마리와 같이 살아요. 비엠은 날마다 바닷가에서 놀아요. 재미있는 놀잇감이 많아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해가 저물면 아빠가 불을 켠 등대를 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새우 잡기에 열중하는 사이, 비엠은 해가 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이상한 일은 등대에 불이 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비엠은 곧장 등대로 달려가지요. 아빠는 없었어요.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고기잡이배가 한 척 보였습니다. 비엠은 그 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발빠르게 행동하는데요...
도대체 아빠는 어디에 가신 것일까요. 그리고 비엠이 혼자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요. 이 그림책에서 숨가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나타나 쓰러진 비엠을 안고 무사히 등대로 돌아갈 때 안도하게 되지요. 섬마을 어부들이 비엠을 헹가래 쳐주는 장면에서는, 함께 비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등대는 밤마다 바다를 향해 불빛을 비추지요.
고깃배들이 안전하게 항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작가는 글을 열자마자 등대의 역할부터 명시합니다. 등대가 없었을 때는 많은 배들이 조난을 당했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그림책 속에서 비엠이 했던 행동들은 소년 등대 역할이었군요. 등대의 전구가 망가져서 불빛을 비출 수 없을 때, 비엠 스스로 불빛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니까요. 그 덕분에, 위험한 사고도 막게 되고 뱃사람들의 목숨도 구하게 되었지요.
아빠 입장에서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아들 목숨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었기에, 큰일날 뻔했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을 듯해요. 부모가 자녀에게 '용기'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용기 있게 나서는 일이란 잔잔한 바다 위를 안전한 배를 타고 편안하게 가는 일만은 아닐 테니까요.
<비엠의 등대>라는 제목 그대로, 등대가 있는 바다 이야기를 보고 싶었는데요,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도 인생 바다를 연상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모진 바람과 사나운 풍랑에 배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있겠지요. 저의 남은 삶도, 아이가 어른으로 커갈 삶도 그저 평화롭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등대를 위해, 그 불빛을 지키기 위해 용기 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망각해서는 안 될 듯해요. 저에게는, 중의적인 바다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