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개구리 수영 교실 제제의 그림책
에스터르 판 덴 베르흐 지음, 최진영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덜란드 그림책은 처음이다. 이렇게 귀여운 그림책은 오랜만이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책이어서 기분 좋았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로 시작되는 동요 '올챙이와 개구리'도 떠올리며,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어보는 시간. <풍덩! 개구리 수영 교실>을 살짝 구경해보자.


물속에서 태어나 올챙이로 헤엄쳤으니 개구리면 당연히 수영을 잘하리라 생각했다. 작가는 그런 평범한 발상을 뒤집어, 개구리들에게 물장구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수영을 가르쳐보고 싶어 한다. 수영 교실 선생님은 두꺼비 파드, 귀염둥이 주인공은 개구리 홉이다.


홉은 생김새부터 특별하다. 다른 개구리들에 비해, 작은 꼬리가 아직 남아 있고 앞다리가 조금 덜 자랐다. 그래도 차근차근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가는 홉이 대견스럽다. 처음 물에 뜨기, 물장구치기, 배영, 잠수, 평영, 다이빙까지, 파드 선생님의 조언을 명심하면 누구나 해당 과정을 잘 통과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게 될 때도 도움받을 수 있는 말들이 많다. 재미있는 과정은 그림책에서 '변장하고 수영하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녀, 호랑이, 해적 등으로 변장한 개구리들이 헤엄치는 쇼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홉이 수초인 줄 알고 올라섰던 곳, 더구나 가장 낮아서 골랐던 다이빙대가 점점 위로, 더 위로 올라가면서 그 정체가 밝혀지면서 도망치듯 풍덩하는 장면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남들보다 느리게 수영을 배우던 홉은, 이 장면 이후 반전처럼 파드 선생님으로부터 "최고야, 홉! 아주 잘했다!"는 칭찬을 듣는다. 개구리들이 어떻게 수영을 배워가는지, 또한 주인공 홉의 모습은 어떠한지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듯 그림책을 넘겨보는 재미가 있다.


남보다 특별하고 느린 홉이 과연 수영 졸업장을 무사히 받을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그림책을 읽어봐도 좋을 테지만, 우리의 배움은 결과만큼 과정의 의미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데, 정말 좋은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홉이 매번 수영 교실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다. 홉은 배영 중 엉뚱한 방향으로 헤엄치다가 예쁜 나비를 만나고, 잠수하는 동안 엄마에게 가져다줄 예쁜 돌멩이를 발견하며, 얼떨결에 다이빙을 한 후에 물속에 박힌 어떤 물건을 찾아낸다. 모든 배움의 바탕에는 홉과 같은 호기심과 즐거움, 그리고 성실함이 필요할 것이다. 남보다 빨리 가고 남과 비교해서 잘하는 게 배움의 본질이 아닐 터이다.


물속 풍경이 상세해서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크고 작은 여러 물고기, 곤충도 만날 수 있고 특히 달팽이는 훈련 조교처럼 수영 교실의 단계마다 등장해서 웃음을 준다. 수영 강습을 받다가 오히려 물을 더 무서워하게 된 나의 기억도 떠오르면서, 아무쪼록 아이는 홉처럼 즐기면서 수영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수영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그렇게 배워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