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그만 - 이지연 풀꽃그림책
이지연 지음 / 소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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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꽃누르미 작업을 20년 동안 해왔다고 한다. 일본식 표현 '압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요즘 '꽃누르미'라고 부르는 줄은 몰랐다. 아이들의 미술활동 시간에 낙엽이나 떨어진 꽃잎을 활용하는 책은 봤지만, 이렇게 색연필이나 물감 대신 풀과 꽃으로 그림책 전체를 꾸민 책은 처음이다. 신기하고 참 예쁘다.

 

아이가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방안에는 축구공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림책을 한 장 넘겨봐도 아이는 여전히 비 내리는 창문 밖을 본다. 방안에는 축구공 외에도 공을 뻥 차는 그림, 친구와 노는 그림 등이 놓여 있다. 이때의 장면들에서 아이의 뒷모습이 나왔다면,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눈이 동그랗게 커진 아이 모습이 나온다. 비가 그치고 해가 노란색 햇살을 꽃처럼 뿜어낸다. 사실 꽃들이 해 주변으로 흩뿌려진다. 오빠 콩콩이를 따라 동생 찡찡이도 따라나서고, 애벌레도 초록 길을 따라 걸어간다. 웅이도 지숙이도 다인이도 건우도 성호도 각자 개성대로, 제 나름의 옷차림과 몸짓으로 밖에 나왔다. 그런데 어, 또 비가 오네. 아이들은 모두 아랑곳없이 뛰논다.

싫어요

놀 거예요

다 함께 외치자

비야, 그만!

크게 강조되어 꾸며진 '비야, 그만!' 글자 형태가 재미있다. 미음이라는 글자 안에 표정도 있다. 고함치는 아이의 표정이다. 밖에서 놀고 싶은 아이들의 외침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오색찬란한 무지개, 실상은 아름다운 꽃밭 같은 무지개가 나타나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방방, 뿡뿡, 퐁퐁 하며 논다. 그때 누군가 집안에 있던 콩콩이를 부르는 소리. 그전에는 꿈이었구나. 이번에는 상상이 아닌 진짜 해님이 나타났다.

이야기가 끝난 후, 작가는 이 그림책에 나온 풀, 꽃, 잎의 종류가 무엇인지 각각 알려준다.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들이 더 많다. 수국, 작약, 물망초, 백일홍, 호박넝쿨, 수국, 토끼풀, 단풍뿐 아니라 불두화, 무싸엔다, 버베나, 콩다닥냉이, 개똥쑥, 기생초, 댕댕이덩굴, 양골담초, 무릇, 벼룩나물, 골풀, 천조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다시 그림책 처음으로 돌아가 한 장면씩 천천히 보면 좋겠다. 이 그림에서는 어떤 풀과 꽃과 잎이 사용되었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정말 예쁜 그림책이구나 하는 감상에 그치지 않도록, 책 사이에 끼워진 부록에는 꽃누르미를 직접 해볼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그림책 속 아이들, 애벌레와 해님 모두 방긋 웃어서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실컷 밖에 나가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꽃누르미로 즐거운 기분을 만끽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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