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고려사 - 몽골 세계제국에도 당당히 맞선 고려의 오백 년 역사
이윤섭 지음 / 필맥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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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첫째, '고려사'책이라는 점이다. 논점많아 인기 많은 고대사에 치이고 자료 많아 책이 쏟아져 나오는 조선사에 밀리는 고려사는 책도 드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려사 통사는 몇 권 되지도 않는다. 저자는 다양한 사료, 연구서를 이용하여 고려사 통사를 이루어냈다. 최근 편집의 힘을 말하는 '에디톨로지'라는 말이 돌던데 에디톨로지의 성과를 보여주는 책이다. 두번째 장점이자 이 책의 큰 특색은 거란,여진,몽골 등 북방민족의 역사와 송,원,명의 역사를 고려사와 함께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원 처음에 간략하게 잠깐 끌어오는 수준이 아니고 깊숙히 파고 들어 고려사와 연결시킨다. 가끔 갑자기 나갔다가 들어와 헷갈리기도 하지만 고려사를 이해하기 쉬워졌다. (아니 사실은 범위가 넓여져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세째, 저자의 개성있는 역사 해석이 재미있고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1 인물의 재해석 

의종 - 무신정변을 당한 의종은 좀더 재평가를 해야할듯 하다. 너무 방탕,나약한 왕으로 인식되었다. 안 좋은 시기에 왕이 되어 무력해졌다. 

공민왕- 공민왕은 진작 재평가되고 있었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왕이 아니었나 싶다. 원과 명의 교체와 고려내 권력암투에 휘말려 암살당했다는 저자의 해석이 맞다고 여겨진다. 

이인임- 이인임도 권력싸움에 패배해 온갖 불명예를 다 짊어졌지만 나름 정세판단을 제대로 한 정치가같다. 정치에서 지면 끝이지만. 

충선왕- 고려사에서 충선왕만큼 파란만장하고 역동적이며 매력적인 왕이 또 있을까? 고려가 좁아 원이라는 큰 물에서서 놀았다. 초신성처럼 화려하게 하늘을 비추다 사라졌다.

신돈 - 신돈 집권기에 이성계도 크고, 신진사대부도 성장했다는 것은 모순이네.  조선집권 후 그토록 신돈을 왜곡한것은 역사청산인가? 자기부정인가?


*2 국가란 무엇인가?

조선까지도 국가라는 개념보다 왕조중심이었지만  왕조를 살리기 위해 고통받는 백성의 삶은 너무 처참하다. 국가는 왜 존재해야하고,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 국가에 대한 충성은 무엇으로 담보 받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유승단은 (개경)천도가 소수 권력층과 관료들의 피란 행위로 전락함으로써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의례적인 사대관계 수립으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와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는 현실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천도는 이루어지고 백성들은 지옥에 빠진다.

성이 함락되어 몰살되었다.

성을 도륙했다.

모두 죽음을 무릅쓰고 적의 공세를 막아내었다.

내륙 각지를 유린했다.

사로잡힌자가 20만 6천8백여명이요, 살륙된자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착취를 당하던 백성들이 몽골군이 침입한 것을 기뻐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런점을 생각하면 삼별초의 저항을 민족정신으로 연결시키는 해석은 없애야 하겠다. 민족의 항쟁은 개뿔.


*3 세계화

고려는 세계제국인 몽골과 30년간에 걸쳐 항쟁하다가 장인과 사위의 관계를 맺었다. 이것은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에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쨌든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고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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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3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병통치약님은 뭐랄까, 역사서를 쓰시기에 어울리는 문체시네요. 그쪽 책을 많이 있으셔서 그런가. ˝안 좋은 시기에 왕이 되어˝가 전혀 웃긴 내용이 아닌데 웃다가 다시 읽어보니 오히려 안타까워야 할 내용인 거예요. 만병통치약님의 글들을 자주 접하다보니 이쯤이면 이건 풍자겠지? 생각했나 봐요; 독자의 착각을 유도하는 문체ㅎ

만병통치약 2015-01-31 22:16   좋아요 0 | URL
전 가끔 제 문체가 궁금해요. 제가 다시 읽어보면 격하고 선동적인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 제 글에 자주 좋은 시기, 안 좋은 시기 나와요. 제가 기후에 의한 환경결정론에 많이 휩쓸리고 있거든요. 그 당시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요새말로 하면 세계경제가 안 좋아지던 시기였어요^^

AgalmA 2015-01-3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평글이 가장 만병통치약님 스타일이시죠. 단정적이면서도 연민과 여지는 늘 남겨두시죠. 역사서를 자주 보시니 특히 더 그러실 거 같아요. 어휴, 이 인간들 하면서ㅎㅎ....요즘은 유전보다 환경결정론이 주류대세니 만병통치약님이 크게 휩쓸린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계속 균형을 잡으시려고 하실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