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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장마리도르, 파리의 작은 창문
김지현 지음 / 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파리, 나는 파리는 곧 낭만이라고 생각했다.
뉴욕보다 품위있고, 런던보다 자유로운 공간.
서울보다 우아하고, 도쿄보다 여유로운 공간.
그 곳이 파리라고 생각했다.
품위있고 여유롭고 자유로운 도시, 파리.
그 곳을 어느 예술가 지망생이 본인의 꿈을 들고 무작정 달려들어 배우고, 성장하고 돌아온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낭만의 도시 파리로 어느 예술가 지망생이 갔다.
...... 벌써부터 이야기 전개가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현재 비주얼 아티스트로 유명한 ageha님이다.
...... 뻔할거라고 생각했다.
예술의 도시 파리, 그리고 그 곳 사람들 파리지앵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찬 책이겠군! 하며 읽었다.
그러나... 파리를, 생활로 살아보지 못한 관광객입장인 나로서는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었던
유학생으로서의 쓸쓸함, 예술가 지망생으로서의 절박함.
그 쓸쓸하고 외롭고 힘겨운 하루 하루의 파리가 이 책에 담겨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오직 하나의 생각이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유학을 간 그녀가 , 꿈 하나 들고 파리라는 낯선 도시로 훌쩍 뛰어든 그녀가 마냥 부러웠다.
마치, 같은 반의 어여쁜 아이 시샘하듯 그렇게 후하지 않은 박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읽어가며, 내 마음이 어느새 그녀를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파리로 간 그녀는 혼자였고, 이방인이였고, 몰라서 실수하고 몰라서 곤란한 상황도 많았다.
그녀에게 파리는 낭만이 아닌 낯섦이었고, 환상이 아닌 생활이었다.
불안한 마음, 발 디디거나 의지할 곳 없이 지상위에 발을 띄운 채 오랜 시간 서 있는 마음.
그렇게 그녀는 그 시간을 버텼다.
프랑스 어를 배우는데 몇 해의 시간을, 미대에 입학하기 위해 또 몇 해의 시간을
그렇게 혼자 힘겹게 하루하루 예술가 지망생으로, 낯선 이방인으로 파리에 살았다.
그래도 괜찮다!
쓸쓸해도 괜찮고,
외로워도 괜찮다.
그녀는 꿈이 있는 젊은 예술가였고, 그래서 눈부시니깐!
그리고 지금, 그 시간이 그녀를 꿈에 한 뼘 더 가까이 데려다주었으니까!
꿈 하나 들고 어딘가로 달려갈 자신이 있는가?
이 질문에 나는 턱하고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한없이 속상하고 눈물이 난다.
나는 저 질문에 답을 안다.
난 지금, 자신이 없다.
그녀처럼, 아무 것도 없는 그 낯선 곳에 그냥 덩그라니 남겨질 자신도... 무모하게 덤벼들어 꿋꿋히 이겨낼 자신도...
그래서 부러워졌다.
파리를 다녀온 그녀가 부러운 것이 아닌,
그리도 용감하게 꿈을 찾아 달려들고, 그 힘든 시간의 터널을 견뎌 본인의 꿈에 더 다가간 그녀가 부럽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쓸쓸해도 괜찮아, 당신은 꿈 있는 젊은 예술가니까!
그래서 한 없이 눈부시니까!
나도, 올 해는 그녀처럼... 무작정 꿈 하나 들고 도전하러 가고 싶다.
그렇게, 외로워도 쓸쓸해도 그래도 그 곳에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싶다.
주저하지 않는 그녀에게, 우선 박수를!
그리고, 이젠 나도 박수받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