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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노래를 들어도 흥이 나지 않고
연인과 있어도 설레지 않는 요즘.
글자를 눈으로 쫓을 뿐, 글이 마음에 담기지 않는 요즘.
그런 날, 이 책을 보았습니다.
빨간 꽃이 피는 듯한 책 표지에 눈이 가 '봄이구나'하며 책을 보았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책.
예전 카피라이터를 지망하던 시절, 고운 문체를 배우기 위해
따라쓰던 김용택 선생님의 글이었습니다. ^^
38년 섬진강에서 교직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자연 속에서
세상을 배우고 순간 순간 인생을 배우는 겸손한 김용택 선생님.
그 분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고운 문장들이 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솜씨가 그 감동을 전할 수 없기에.. 책에 있는 몇 문장 발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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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
아이들이 힘껏 달린다.
무슨 일이든 '힘껏'은 아름답고 진지하다.
봄볕 속, 아이들의 양보 없는 전력질주가 나도 좋다.
아이들이 달리는 것을 보면 너무나 진지해서 나는 늘 웃음이 나온다.
아내는 외출중
...
"고맙습니다"하고 초등학교학생처럼 크게 인사를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며, 천진하게 웃잖아. 내가 천진했나봐.
그랬으면 내 인생은 성공한거야.
웃었어. 나도.
천진하고 싶어.
매사가 처음인 것처럼, 땀나고
신선하고 명량하게.
사랑
늘 보이던 것이
오늘 새로 보이면 그것이 사랑이다.
아니면, 이별이거나.
늘 놀랍다
오후에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데, 소희, 승진이, 희진이, 연희가 차례로 들어와 3학년 언니가 자기들을 괴롭혔다고 이른다.
내 앞에 나란히 서서 조잘거리는 모양들이 한 명 한 명 따로따로 어찌나 예쁜지 애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안 듣고 나는 아이들의 입과 몸짓과 얼굴 표정만 바라보았다.
아이들 모습은, 하는 짓은 어찌나 저리 예쁜지, 2학년은 아무리 보아도 아무런 계산이 없는 순수한 사람이다.
사람이 저렇게도 계산을 안하고 자기의 생각을 저렇게나 강렬하게 주장하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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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심히 만나는 거리의 아이들,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웃음과 나무, 그리고 바람을...
김용택 선생님은 그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기억하고, 기록해두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있자니.. 불평만하고 울상만짓던 나의 하루가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세상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아이들은 너무 사랑스럽고 빛나는 생명체라고
책이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봄햇살만큼 따뜻하고 눈 부신 책.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에 담긴 김세현 화백의 그림도 정말 좋습니다.
나의 하루에 더 감사할 수 있도록,
조금은 나를 낮추고, 조금은 욕심을 덜어내고, 조금은 주변을 돌아보며 지내야겠습니다.
정말 감사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