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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평점 :
스승이 필요하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스승이란 무엇인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생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스승이라고. ‘죽음의 강을 건널 때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쪽으로 바지만 걷고 오라’고. 스승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애틋하게 묻고 답하며 이 불가해한 생을 좀 덜 외롭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생을 먼저 사셨던 분들은 삶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비로소 삶에도 가까워지셨습니다. 아직 죽음이 제 일은 아닌 것 같은, 멀고도 먼 미래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삶을 통찰하는 시간입니다.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고 볼 수 있겠죠.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소크라테스와 필록테테스, 니체, 보들레르, 장자 등의 인물들을 만나봅시다.
한창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자유를 만끽하고 상처도 받는 조약돌이 이어령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묵묵히 제자리에서 삶에 대해 성찰하는 퇴적암이 되어가는 듯하였습니다.
⏳”이 유리컵을 사람의 몸이라고 가정해보게나. 컵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존재하지? 빈 컵에 물을 따랐어. 여기 유리컵에 보이차가 들어갔지? 이 액체가 들어가서 비운 면을 채웠잖아. 이게 마인드라네. 우리 마음은 항상 욕망에 따라 바뀌지? 그래서 보이차도 되고 와인도 돼. 똑같은 육체인데도 한 번도 같지 않아. 우리 마음이 늘 그러잖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지. 그런데 이것 보게.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화난 사람은 뜨거운 물이 담겨있는 것이고, 쌀쌀맞은 사람은 차가운 물을 안고 있는 거라고 합니다. 마음에 무엇을 채우는지에 따라 결국 육체도 변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저는 정확히 고등학생 때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말을 언젠가 입 밖으로 얘기하고 있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이 실제 말로 구체화되는 것이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무리 혼자서 맘 속으로 하는 생각이라도 좋은 생각, 선한 생각만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운명론자였어. 동시에 그들은 합리주의의 극치를 추구했던 사람들이었네. 그런데 지혜의 끝까지 가본 그 사람들이 운명을 믿었다는 거야. 그 증거가 신탁이야. 신이 맡겨놓은 운명. 지혜 있는 자들은 그 운명을 사랑했네. 운명애, 아모르파티라고 들어봤지? 소크라테스, 플라톤 같은 현자들은 다 신탁을 믿었네. 신탁을 믿고 나아갔기에 지혜자가 됐지.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그동안 운명론자라는 표현이 비합리주의의 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운명론과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였어요. 운명이라는 말에 자유의지, 노력과 같은 개념은 차치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네요. 노력의 끝에 운명이 있는 겁니다.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향해 살아가는 거죠. 결국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감히 ‘운명’을 논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기의 운명을 알기 위해서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고, 마침내 다다르게 되면 지혜를 끌어모아 아닌 것은 내려놓을 줄 아는 ‘운명론자’로 살아가려 합니다.
⏳”운의 현자는 ‘운을 하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나의 운은 항상 남의 운과 연결되어 있기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면 예외 없이 좋은 운이 들어온다는 것.”
궁극적으로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에 대해 묻는 이 애잔한 질문의 아름다운 답이다.
김지수 작가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