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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감상법
주성철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려서부터 영화 보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 엄마 손을 잡고 보러 간 ‘우뢰매’ 시리즈며, 당시 학교 단체 관람으로 거의 안 본 사람이 없을 반공 영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등을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에는 또래들에게 무조건 인기 있는 영화를 선호했다면, 중학생이 되어서는 정말 폭넓게 영화를 선택해서 보았다. 우리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들어오면서 주말만 되면 나는 늘 두어 편의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서 시청했고,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가?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는데, 그 첫 영화가 바로 ‘쇼생크 탈출’이었다. 깜깜한 공간에서 오직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 지고 들려 지는 이야기와 소통하며 맛 본 그 감동을 여태 잊을 수 없다. 그것이 지금껏 한 달에 평균 두 세편의 영화를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영화 보기를 즐기는 내게 많은 도움을 줄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70가지’라는 책을 만났다. 2000년 월간 영화지 <키노>에서 영화 기자로 시작해, 주간 영화잡지 <필름 2.0>을 거쳐 현재 <씨네21>의 취재팀장으로 있는 주성철 기자가 쓴 저서인데,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이 귓전에 들리는 듯 두꺼운 책이 아주 술술 넘어간다. 그는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 ‘영화에 어떻게 접근하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있다.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시네마 테라피, B무비, 영화와 음모론, 영화의 도시 등 영화감상의 밑바탕이 되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그린 코드’란 부분이다. 그린코드는 영화인들을 위한 일종의 교토의정서인데, 교통의정서란 지구 온난화 규제와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으로, 영화 산업 역시 환경 문제에 무심할 수 없는 반증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산업의 탄소 줄이기 전략을 들 수 있겠는데, 예를 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자재를 사용하고, 새로운 세트를 짓기보다 다른 영화의 세트를 재활용하고, 수많은 프린트물이나 재활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자료 및 동영상을 CD에 굽기보다 usb등에 저장해서 공유하는 방법 등이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배우 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진실한 배우 송강호와 설국열차에서 아주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던 여배우 틸다 스윈튼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보았다. 특히 틸다 스윈튼의 경우, 동료이나 그녀의 예술적 가능성을 열어준 멘토나 다름없던 영국영화계의 이단아 데릭 저먼의 죽음 이후, 런던의 한 미술관과 뉴욕의 현대 미술관에서 유리로 된 관 안에 하루에 무려 8시간씩 직접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무려 일주일 동안 계속했다고 한다. 그녀를 영화배우로 칭하기 전에 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품이라는 표현에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주성철 기자가 권해 준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세계 명화의 리스트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믿고 찾아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늘 그냥 즐기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적어도 감독이 지금껏 스크린으로 해 온 이야기, 혹 신예 감독이라면 그에 관련된 기사라도 한 번 읽어보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주 기자님의 친절한 영화 감상 노하우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