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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끝 바다
닐 게이먼 지음, 송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종류의 영화나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어서 적극적으로 몰입하기가 힘들다고나 할까? 하지만 나와는 반대로 그런 종류의 영화나 책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는 작품들의 경우에 한해 마지못해 보는 정도이다.
그런 내가, 환상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닐 게이먼의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라 일컫는 ‘오솔길 끝 바다’를 만나고서야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었던 판타지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되었다. 실제로 일어나기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진 않구나, 판타지라는 틀 속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려서 몰입하게 만들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중년의 한 남자가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불현 듯 무언가에 이끌리듯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오솔길 끝, 낡은 농장으로 차를 돌린다. 헴스톡 가의 농장 뒤에 있었던 레티 헴스톡이 말하던 ‘대양’이라 불리던 연못에 앉자 수십 년 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가 한 번에 밀려온다. 40년 전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자살한 한 남자가 불러낸 초자연적인 존재는 고작 7살이던 그와 가족의 몸을 빌려 두 세계 간의 통로로 이용하려고 하지만, 오솔길 끝에 사는 특별한 힘을 가진 소녀, 레티는 소년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준다.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베이비시터 어슐러 몽턴의 학대와 아버지와의 외도 등은 이 어린 소년의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성장기를 보내면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 그리고 극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자신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한 번 쯤을 떠올려보리라. 그 기억을 품고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는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것 같다. 영화로도 제작이 되는 모양이다. 영화는 또 어떻게 만들어질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