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명성아파트
무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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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경성에 위치한 명성아파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촬영 초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화자는 12세의 식모 입분. 눈치 빠르고 영특하면서도 아직 세상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그 순수한 시선으로 사건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알아나간다.


     12세 화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는 순수한 만큼 본질적이라 추리소설의 화자로서 색다르고도 매력적이었다. 순수한 시선이란 때로는 더 잔혹하게도 보이는 듯하다. 해맑은 느낌이면서도 인간의 추악함 또한 본연의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있기에.


    역사적 아픔들을  담백하게 이야기 하는 화자의 말투는, 그 울분이 당연한 삶이었던 그 때 그 순간에 내가 정말 머무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야기가 생생함에도 ‘영화’보다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던 작중에 흐르는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분위기의 상당부분은 ‘명성아파트’라는 공간이 가진 힘이었다. 한 층에 4세대, 4층 건물, 중간에는 중정과 같은 빈 공간이 남아있는 ‘ㅁ’자의 명성아파트. 책을 읽는 동안 자주 표지를 찾았을 만큼 작품의 배경 공간이 주는 매력이 크고, 그 모습을 세련되게 담은 표지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추리소설은 독자를 속이기 위한 추리적 배치 때문에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억지스러운 경우들이 있는데, 이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관계가 자연스럽고 정말 있었던 사건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개연성 있으면서도 뒷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찾아온 에필로그가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었다. 에필로그 만으로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그 비밀은 마치 ‘일독에서 놓치고 간 것은 없는지,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실래요?’ 하고 유혹하는 듯 했다. 등장인물 각각의 사정이 모두 함께 엮여 들어간 일련의 사건은 얼마나 신경 써서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구성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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