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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
이묵돌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SF는 이제는 뻔해 보일만큼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다. 우주로 나아가거나, 지구에 남아 과학적 문명발전을 이룩하거나, 인공지능 기계들이 점령하거나, 핵전쟁 또는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더 이상 인간에게 관대하지 않는 환경인 이야기이거나. 이상하게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소재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도, 이묵돌 작가의 SF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명쾌하게 ‘이거구나!’싶지 않게 오묘하게 파고드는 비판과 ‘인간성’에 대한 사유들이 어색함 없이 이야기 속에 숨어들어있다. 이묵돌 작가가 천재인지, 아직 나의 SF 독서력이 부족한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정말 좋았다.
책을 다 읽은 뒤, 내용을 떠올려보며 단편의 제목들을 보고 있자니, 첫 단편 [본 헤드]가 첫 이야기라 더 대단했던 것 같다. 단편이니만큼 단 한 줄거리도 언급하고 싶지 않다. SF분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제 식상해지기 시작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물론 초보 SF러버들에게도 추천. 이렇게 깊게 '인간성'에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은, 현실성 높은 소설에서도 보기 힘들었다.
여러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은 참 오랜만이다. 여덟 편의 단편이 ‘인간성’, ‘인간다움’, ‘인간’에 집중해 있어서, 얼핏 장편소설을 읽고 난 기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