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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ㅣ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맞이하는 책의 첫 인상. 로망의 해양레저도시 부산이 배경이다. [우리 요트 탈래?]라는 인스타 스토리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소개글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듯 하면서도 책속에 담겨있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바다, 요트, 인스타, 청소년. 청량한 즐거움이 가득할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혀 청량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치기어린 행동, 욕심에서 온 행동, 평소와 다르게 용기 내어 본 행동. 여러 개인적인 생각들과 욕심과 우연이 엮여 사고가 일어난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디로 갈지 몰라 읽는 내내 초조했다. 바다란 그런 것이기에,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드넓은 바다위에 표류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나 어둡고 비참한 청소년소설은 처음이었다. 쉴새없이 아이들에게 휘몰아치는 고난은 책을 덮을 때야 끝이 난다. 모두의 잘못이기도 하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도 했다. 바다에서의 비극을 보는 것은 나 또한 물속으로 잠겨가고 있는 듯 먹먹해져서 읽어내기 벅찼다. 현실에 가득한 슬픔과 무력함을 책에서마저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며, 무력감이라는 파도에 삼켜지지 않게 스스로의 삶을 구한다. 부디 구해졌으면. 후속편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닌데, 그 아이들의 미래가 밝았으면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엔 주인공들이 개성이 넘치지도 입체적이지 않고 그저 흔히 만날 수 있는 학생들 같았다. 책의 주인공으로서는 아쉬운 느낌도 들었지만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평범한 아이들에게 끝도 없이 나쁜 일만 벌어지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싶으면서도 이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냥 밝고 환상적이고 희망적인 것만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것 만 보고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 수는 없다. 사고로 인한 결과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도망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을 이야기 하는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