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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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소설 사이에 비소설을 꼭 읽어야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마음과 기억력이 환기가 되는 사람인만큼 단편소설집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표지 속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좋았고, 작가의 전작인 한성부 달 밝은 밤에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띠지의 조예은 소설가의 추천사 우리가 괴력난신을 읽고 쓰는 이유는 해방감에 있다.’가 마음을 끌기도 했다.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소설책이라 생각하는 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SF, 판타지, 오컬트, 사극, 모험, 디스토피아 등등의 장르를 두루 읽는다.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은 나의 상상력을 이끌고 생각의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어떨까. ‘괴력난신여성이라니.


  보통 내가 좋아해 온 괴력난신의 이야기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다들 이름이 있고 형태가 있었다. 이 책속에는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존재들이 나오기도 한다. 어찌나 으스스하고 무섭던지. 무섭게 느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 속에 빠져서 상상하기를 즐겼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몰입력 좋은 서술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언제나 낯설고 비현실적인 괴력난신, 외면 받아온 사회적 약자들, 그중 여성. 그 유사함을 파고드는 이야기들이 책속에 담겨있다. 책속 여성들은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는다. 부당한 사회의 시선에 당당히 맞서고, 당차게 위험을 이겨나간다. 스스로가 해낼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들이 매력적이었다.


  현대의 배경, 과거 조선시대의 배경, 학교, 시골, 심지어 화자의 서술방식이 단편이 바뀔 때 마다 바뀐다. 옛 시대에 사용하던 단어들이 그대로 많이 나오기도 해서 급격히 변화하는 다섯 이야기들을 한 번에 몰아서 읽기에 버거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나니 작가의 소설 속 세계관의 범위가 매우 넓으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들 사이에 유사성을 잘 담아 같은 깊이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 한권으로 만든 것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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