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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입은 늑대 4 - 난 게으름뱅이가 아니야 ㅣ 팬티 입은 늑대 4
윌프리드 루파노 지음,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김보희 옮김, 폴 코에 도움글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8월
평점 :

[난 게으름뱅이가 아니야 팬티 입은 늑대4]의 이야기는 뭐랄까? 숨겨진 보물을 찾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글밥이 생각보다 많은데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그림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림책인데 만화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는데 작가들의 약력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글 작가인 윌프리드 루파노는 프랑스 사람으로 만화 시니라오 작가가 되어 자유로운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만화 속 깨알같은 웃음 코드가 이 그림책에 많이 심겨져 있는 것 같다. [난 게으름뱅이가 아니야 팬티 입은 늑대4]는 시리즈이기는 하지만 앞의 시리즈 3권을 읽지 않아도 이해가 잘 된다. 물론 앞의 시리즈들을 읽는 다면 이해하거나 상상하는 정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시리즈이기에 앞 편에 나왔던 주요 등장 인물이 카메오처럼 나오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몰라도 즐기기는 충분하나 궁금한 사람들은 꼬옥 앞의 1-3권을 읽어 보는 것을 권한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사람이 썼기에 다르게 느끼는 것도 있을 것 같다고 여겨졌다. 노동에 대한 프랑스 사람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게으름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에 대한 생각도 말이다. 돈을 받지 않고 요구하지 않으면 노동이 아닌 것일까? 돈이라는 대가를 받지 않으면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은 아닌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선입견에 '헉'하고 놀라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읽을 때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읽었다. 나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게 아이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내가 느끼는 것보다 조금은 더 가볍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목 그대로 팬티를 입고 있는 늑대는 작은 장에서 국수를 사서 먹는데, 늑대 잡는 부대에게 잡히고 만다. 그 이유는 도둑질을 했다는 것이었다. 늑대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내고 국수를 먹었는데 말이다. 문제는 일을 하지 않는 늑대에게 국수 살 돈이 어디서 났냐는 다람쥐의 질문에서 나왔고 돈의 출처를 밝히지 못한 늑대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 와중에 늑대에 대한 이상한 소문은 더 부풀려지고 과장되고 왜곡되어 버리는데 그 중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동물들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안심하게 되었다. 이 부분은 고학년 아이들과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미디어의 기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일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더 깊게 나누고 싶어졌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노동, 일을 해야 행복하다, 열심히 일하라는 이야기로 감옥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무거웠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여서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행복 대신에 '햄복'이라는 낱말을 사용하는데 귀여우면서도 추상적이었던 행복이 '햄복'으로 햄은 사 먹을 정도라는 말로 받아치는 간수의 말에도 웃음이 나왔다. 잘 산다는 것, 그냥 사는 것,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일하는 것, 멋진 인생을 살 틈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에게도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도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말들을 어릴 적부터 나도 모르게 많이 듣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었는데, 열심히 산다는 것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햄복'은 햄을 사 먹을 정도이고 그 정도로 많이 행복한 것 보면 삶의 여유도 있고 돌아볼 여유도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마음과 나보다 더 햄복하기를 바라기에 아이에게 더 많이 요구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았다. 나이대 별로 이야기할 거리가 풍성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