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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라도 괜찮아 - 자폐인 과학자가 말하는 완벽하게 나다워지는 법
카밀라 팡 지음, 장한라 옮김 / 동녘 / 2023년 9월
평점 :
내용도 개성 있고 독특하지만 일러스트가 정말 눈에 띄는 책이었다. 그린이가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이 책의 일러스트를 그려 준 로렌 보글리오에게 감사함을 표한 부분이 나와서 의문이 풀렸다. 정말로 남달라고 괜찮았던 그녀가 전하는 진실함 가득한 글들이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라게 되며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카밀라 팡은 여덟 살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고 과학을 접한 뒤 과학으로 자신과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 삼아 남다른 삶을 펼치며 살고 있는 과학자이다. 자폐 스펙트럼은 스펙트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어떤 이에게는 자녀가 자폐가 아닌 스펙트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처음에는 안심하다 근데 그래서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부모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카밀라 팡을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나를 포함한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상태와 일을 너무 전적으로 해결해 주려 하고 그렇지 못하면 너무 과한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카밀라가 어려서 경험한 차별이나 괴롭힘들은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겠지만 괴롭히는 모든 사람들을 처벌하고 응징하면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게다 카밀라의 말처럼 정작 그녀는 운동화를 칭찬하고 받은 ‘나는 너와 어울리지 않아’라를 거부감에 화가 났다기보다는 혼란스러웠다고 표현하고 그저 왜 발에 신는 편하고 빛나는 것에 대해 저렇게 말하지 정도로 생각했다는 점을 눈여겨봐 본다. 남다르다는 것은 나도 그들이 이해되지 않지만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사고를 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마음의 고통은 내 안에서 시작되곤 하니까.
하지만 남다른 아이들의 주변인들이 흔히 그들을 대하는 것처럼 카밀라가 자신의 독특함에 가족에서까지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힘든 친구에게 따뜻한 공감의 맞장구를 치지는 못해도 그림을 그려보면와 같은 결국 나만의 방법으로 감정을 다루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는 책으로 내는 특별한 재능을 펼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널뛰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의 “너 도대체 왜 그러니.”를 듣고 싶을지 이 책을 읽고 싶을지 혹은 책이 정 읽기 싫더라도 이 책을 읽고 활용해 보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카밀라의 남다름은 정말 감사이다.
그렇다고 그림만 그리고 축구만 하고 게임만 하는 자녀를 억지로 책상에 앉힌 후 이 책을 권하지는 말자. 이런 친구들에게 강추한다.
어려서 친구의 이름보다 친구가 사는 집 호수를 기억하는 게 편했다거나, 자동차의 넘버와 차종을 몽땅 외우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으나 같이 떠들 친구가 없어 외로웠다거나, 남의 눈치를 보느라 안 그런척하며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며 사는 게 슬프거나 재미없다 생각하는 아이. 또 다르면 왜 안돼? 하며 지시를 따르는 것 자체를 거북스럽게 생각하는 아이. 혹은 자신에게 권해 본다.
이 책을 부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이 과학자가 되었다에서 끝나는 용도로 읽지 않길 바라며 나 또한 적정한 때 아이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저자의 영국 왕립학회 최고 과학책상 수상을 받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도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