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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언어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20년 3월
평점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볼테르
페스트를 읽고 있었다.
페스트를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민음사 책이 어려운가.. 페스트가 어려운가. 수레바퀴 아래서, 다섯번째 아이 등을 읽을 때 이 정도로 안읽혔나.
손에 들면 자고 손에들면 자고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건지
읽는 척 하고 있는건지 알수 없는 몇주를 버티다 내던지고
이낙연의 언어를 집어 들었다. 처음부터 이낙연 전 총리가 좋아서 읽으려고 했던 것이라 내심 아껴두고 있었는데 결국 페스트에 패배하고 갈아탔다.
아.. 이 속 시원함. 이낙연 전 총리는 사실 그 전에 어떤 사람이고 정치인이었는지 기억에 하나도 없다. 단지 총리가 되었을 때 대통령 라인은 아닌데 지역배분처럼 배정했다 뭐 이런식으로 이해를 했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울화통이 터지는 기자들과 정치인들에게 촌철살인을 날리면서도 지적인 모습을 보고 반할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그 순간 감명을 받고 그게 끝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용도 재밌었지만
'아. 내가 글을 쓰는데 이게 문제구나.' 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감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문장을 지나치게 길고 감정적으로 빙빙 돌려 쓰는 경향이 있다. 나의 의도와 정신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지만 결국 온전은 커녕 조금도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 조차도 내가 지금 뭐라고 하고 있지 할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혼자 생각하는게 아니고 누군가와 나누기 위한 글이라면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어떤 온도가 되는 글이라야 , 말이라야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나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정확히 알고 고치려고 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내가 어떤 점을 고치면 좋겠는지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물론 그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전 총리가 멀뚱하게 앉아 회의에 참석하거나 종이 뒤에 낙서하듯 메모하는 사람들을 걱정했다는 대목에서는 아! 저거 난데. 하며 많이 부끄러웠다.
이 책은 이순신, 볼테르, 한비자의 글과 함께 이낙연 전 총리의 글, 삶, 철학을 비교하여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글 쓰는 습관, 문체와 이낙연 총리의 그것을 비교하고 2부에서는 '시대의 달변가' 볼테르를 중심으로 이낙연의 말하기를 분석한다. 또 3부에서는 한비자의 말과 글을 중심으로 이낙연의 언어를 분석해 본 내용이 나온다.
이낙연 뿐만 아니라 볼테르와 한비자에 대해서도 알수 있어서 이 책은 4명의 문장가로서 훌륭한 사람을 소개 받고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요즘 마음과 몸이 많이 힘든 시기이다. 나 뿐 만 아니라 전국의 전 세계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병과, 스트레스와, 우울함과 싸우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내 마음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한 줄의 문장을 만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페스트를 읽고 아! 어쩜 지금 세상과 똑같나를
느끼고 싶었지만 , 결국 내 마음은 깔끔하고 정확하며 따듯한 이낙연의 언어에 힐링을 받았다.
언제나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속이 시원하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러곤 다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 보고 나아가려고 할 때 이순신, 볼테르, 한비자, 이낙연의 언어를 꺼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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