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에서 한 줄의 밑줄 그을 문장이 있다면 구입하여 소장하는 편이다.

이 책 『사피엔스​』를 보았을 때, 생물학 아니면 역사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밑줄 그을 한 문장을 얻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자 마자 '한국의 독자들에게' 를 읽는 순간,

작가 '유발 하라리'의 예사롭지 않은 질문에 가슴이 뛰었다.

『작가』'유발 하라리'​

                                         ​작가가 직접 싸인해서 보내준 줄 알고 깜짝 놀랐었네요. ^^

책을 읽으면서 '작가소개'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도대체 작가 나이가 몇이야?

(참고로 정확한 나이는 나와있지 않지만.. 이제 막 40쯤된것 같다.. ^^)​

​그 젊은 나이에 그 많은 학문을 섭렵하고 통섭했다는 점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사피엔스』를 읽다 보면 물리, 화학, 생물, 역사, 철학, 종교, 인류, 심리 등.. 전방위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이 책은 거대하다.

역사를 읽는 포괄적인 시선과 방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펼쳐내는 문장력,

그 문장력을 압도하는 통찰. ​

작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든 학문을 넘나들며 유연하게, 유유히 시간의 역사를 관통한다.

내용은 거대하고 분명하지만 어렵거나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그동안 막연하게 궁금해 오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편안하게 펼쳐져 있다.

 ​"유레카!"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목마르게 갈구하고 찾던 질문들에 대한 답들이이 담겨있다.

좀 건방진 이야기같아 망설여지는데...

최근에 읽다 덮어버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떠올랐다.


그에 비하면 이건 세상을 보는 《넓고 깊은 지식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현재를 통해 미래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인간은 마침내 신이 될 것인가 

​​

《사피엔스》는 약 135억 년 빅뱅으로 물리학과 화학이 생겨나고 약 38억 년 전 자연선택의 지배 아래 생명체가 생겨나 생물학이 생기고,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이 발전하여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개척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 거대한 수만 년의 역사를 관통하여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것으로 세 가지 대혁명을 제시한다. 바로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고, 농업혁명은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지만, 인지혁명은 여전히 많은 부분 신비에 싸여 있다.

 

이 책 절반을 읽으면서 밑줄 그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어느 하나 군더더기, 흘려버릴 내용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그 내용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 정리하고 끝맺음할까 한다.

 

​​​

호모사피엔스-'상상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협동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 덕분이다. 신, 국가, 돈, 인권 등이 그런 예다.

 

호모사피엔스-'농업혁명'은 사기였다.

농업 덕분에 가용 식량은 늘어났지만, 이 같은 번영의 결과는 행복이 아니라 인구 폭발과 만족한 엘리트였다. 농부는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했지만 그 식단은 빈약했고 건강도 더 나빴다. 잉여 농산물은 특권을 가진 소수의 손으로 들어갔고, 이것은 다시 압제에 사용되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 인류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는 것이다. 농업혁명은 제국을 출현시키고 교역망을 확대했으며 돈이나 종교 같은 '상상의 질서'를 낳았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농업혁명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 개인이 신경을 써야 하는가?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p129)

지구상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대형 포유류는 사람이 첫째이고, 소, 돼지, 양 순서이다. 진화적 관점으로의 성공은 생존과 번식이 기준이다. 개체의 고통이나 행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적 성공의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야생 닭의 자연 수명은 7~12년, 소는 20~25년이다. 하지만 가축화된 닭과 소는 몇 주 내지 몇 개월 만에 도살당한다. 우리는 가축을 착취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처지가 열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왠지 우리 또한 가축의 처지와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또한 개인 스스로가 계획하고 원한대로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나 시스템이 아닌 우리의 인지와 판단을 넘어선 시스템에 갇혀 힘겹게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니체의 '망치'를 들고 끊임없이 깨부셔야 한다"

 

우리에게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p.177)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을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였다. 그런 종이 몇만 년에 걸쳐, 지구 전체의 주인이 된 주된 이유는 '신화'를 만든 상상력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덧 씌어진 무수히 많은 '신화'로부터 자유로워 지기 위해서는 니체가 말했던 '망치'를 들고 계속 깨부셔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더 큰 감옥으로 나가는 것이라 해도 계속 깨나가는 수 밖에 없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각자에게 씌여진 매트릭스를 자신의 망치로 깨부셔야만 진정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고, 나아가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며 비로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사피엔스』를 통해 두세겹의 신화를 벗어던진 느낌이다. 세상이 좀 더 환하고 명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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