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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핸드폰에 알람이 울린다.
눈을 떠서 시각을 확인한다.
8시 37분.
어제 밤 내가 샤워를 했음을 떠올리고 다시 눈을 감는다.
8시 47분.
다시 알람이 울린다. 이제는 정말 눈을 떠야한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신발을 신고 방을 나선다.
문을 잠그고 현관문을 나선후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몇발자국 옮기고
다시 유리문 두개를 통과하면 9시 정각.
출근완료.
9시도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열댓명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들을 보면서 살짝 차오르는 짜증을 슬그머니 밀어넣으며 인사를 하며
진료실 책상에 앉는다.
진료프로그램을 켜고 이미 쭉 밀려있는 대기자명단을 보며 한숨을 쉬고.
이틀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사하고 침놓기.
약이 떨어진 분들에게는 약을 드리고.
5개의 진료베드.
가끔씩 이렇게 낮은 침대를 주문한 보건소 직원들에 대한 짜증섞은 불만도 털어놓고.
한타임, 두타임, 세타임...
베드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쭉 살펴보고 남는 십여분. 이시간이야 말로 책읽기의 시간이다.
모두 여섯타임의 환자를 돌리면
이미 점심시간이다.
다시 출퇴근에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2층 방에 올라가 어제 저녁에 미리 앉혀놓은 밥을 먹고
다시 내려가면 점심시간에 온 환자들이 앉아있겠지. 한숨한번 쉬고 내려가기.
그리고 오후에도 계속되는 진료와 진료.
초진, 재진, 재진, 초진, 재진, 재진......
이렇게 환자가 뜸해질 즈음이면 어느덧 시계는 네시.
그날 그날에 따라. 환자가 많았다면 환자가 많았다고
주위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시간.
평소보다 환자가 적었다면 환자가 적었음에 감사(?)하며
책상에 앉아 즐거이 책을 보는 시간.
여섯시. 역시나 1분도 걸리지 않는 퇴근.
요일에 맞춰서 진행하는 스타리그와 함께 밥을 먹고.
이 곳은 생면부지의 시골.
컴퓨터의 티비보기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고 습관적으로 무한도전을 틀어놓고
그날 그날에 따라 땡기는 오락을 고른다.
가장 좋아하는 메이져리그 야구 게임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항상 자기 전에 읽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리영희 선생님이 쓴 "대화"을 보다가..잠이 든다.
다시 핸드폰의 알람이 울린다.
8시 37분.
어제 밤 샤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힘겹게 눈을 뜬다.
이렇게 적어본 하루의 생활속에서 내가 무심결에 지나가는 것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알콜솜, 침, 차트, 책상에 쌓여있는 책들과 카드명세서.
면도기, 무한도전, 손톱깎기, 간장종지, 리모컨, 냉장고의 팬 돌아가는 소리,
재활용품 담는 박스와 쓰레기봉투.
지금 내 앞에서 불빛을 반짝이는 모뎀과 포크, 동전들과
컴퓨터에 붙여서 딸려온 어느 동네의 치킨집 자석쿠폰마저도..
이 책은 우리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관찰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그 자신의 일기.
그리고 이책은 사진집이다.
사물들을 관찰하고 찍은 것인지, 사진기의 눈에 띄여서 관찰을 하게 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마지막으로 이 책은 여행기다.
너무나도 가까워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우리들의 일상에 대한 여행.
이 책을 편 당신.
당신의 주변을 여행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이미 제 역할을 다 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