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나? 타인의 얼굴은 별로 실종스럽지 않다.
아주 철학적인 오후 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낯뜨겁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쩜 이렇게 초등학교 도덕책 수준거나 어릴적 읽었던 유대교 경전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얇게, 글씨크기는 크게, 표지는 두껍게 최악으로 만들어 놓고 제목을 이렇게 붙일 수 있다는 말인지...
시오노 나나미가 글쓰다가 지쳤을까. 왜 이렇게 너무나도 가벼운 소설을 썼을까 의문이 든다. 처음 책소개를 읽었을 때는 너무 매력적인 소재들이어서 덜컥 샀는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읽는 내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생각해야 했다. 자꾸 주인공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에 대입시켜서 생각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녀 차별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남자가 사춘기가 되면 성기에 차야 하는 폐호. 그것은 여자들이 너무 불편해하면서도 감히 착용하지 않을 생각은 하지 못하는 브레지어와 같을 것이다.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남자들이라면 특히.
괜찮은 책이다. 비록 작긴 하지만 중요한 작가의 작품들이 나와 있어서 감상용이라기 보다는 공부용으로 매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