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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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티라는 걸출한 학자가 진지하고 꼼꼼하고 재미있고 유머스럽게 풀어낸 자연 이야기.


학자는 숲 하나를 가꿀 때도 이런 엄청난 결과물을 내는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학자가 아니라고 해도 숲과 더불어 지내면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라고 해도 이런 멋진 결과물을 낼 수 있으리라고. <나무에서 숲을 보다>는 학자가 아닌 일반인도 부러워할 숲을 보는 눈길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을 읽는 내내 별지 컬러 일러스트를 펼쳐 놓고 멋진 사진을 감탄하면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느라, 독서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그 시간만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미나리아재빗과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하트 모양 잎이 달린 조그맣고 아름다운 레서셀런다인. 일지를 쓰는 노학자. 아, 노학자의 수첩은 정말로 사진 속으로 뛰어들어서 뺏어오고 싶을 정도였다.


분명 자연과학서일 텐데, 나는 소로의 책을 보는 것만큼이나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4월부터 그 다음 해 3월까지, 자연이 변하는 모습을 자세하고 잔잔하게 소개해 주는 책. 그림다이크 숲의 동식물이 모두 사라져도 과학자가 묘사한 모습을 읽으면 그 옛날 생명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처럼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정말로 놀랍다.


책도 너무 예뻐서 출판사 소소의책은 어떤 책을 출간 하는 곳인지도 너무나 궁금해졌다. 조금씩 아껴가면서 오래 즐기고 싶은 책. 모두 망설이지 말고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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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 나무가 구름을 만들고 지렁이가 멧돼지를 조종하는 방법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 더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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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여러 곳에서 책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도 그런 책. 물론 언론사에서 소개도 많이 되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자주 보는 책이고 SNS 친구들도 소개를 해주는 책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늘 집에 있는 시간에 우연히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라디오에서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어, 나 지금 저 책 읽는데.”라는 자랑 아닌 자랑도 해봤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라. 자연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악마는 세부 사항에 있는 법.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그 세부 사항을 잘 다루고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의 관계를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대답하는 식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앞 이야기는 뒷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계속해서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게 만드는 저자의 능력도 매끄럽게 글을 잘 풀어 나간 역자의 능력도 참으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어를 번역한 책들은 독어가 난해하기 때문인지 원문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든 것 같은데,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역자는 한국어로도 잘 풀어낸 듯 하다. 단지 ~로 인해, ~으로부터, ~의, ~시켰다, 같은 표현은 매끄럽게 흘러가야 하는 독서를 방해하기는 한 것 같다.


91쪽. 날카로운 방어 무기가 없는…… 단락 마지막에 “이 종에 속하는 식물"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아무리 읽어도 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종이란 분류의 마지막 단계인데 여러 다른 꽃을 한데 묶어서 종이라고 했다는 느낌이다.  종 개념이 흐트러지는 건 103쪽에도 나오지만 나도 독일어를 모르고 전문가는 아니니 단정을 하기는 잘 모르겠다. 가끔 문단의 주체를 모르겠는 부분도 나와서 살짝 다시 읽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즐거운 독서였다. 다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고, 지인들에게도 이런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내 마음에도 쏙 든 책 같기도 하고. 책 디자인도 예쁘고 표지의 펜화도 상당히 예쁜 책. 까마귀하고 노는 늑대는 나도 정말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하는 책. 페터 볼레벤의 멋진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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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김성우 지음 / 쇤하이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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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뒤표지에 나오는 글이다.


“일상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특권과 책무가 동시에 주어진다. 서로의 생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 그리고 그렇게 목격한 삶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망각하지 않을 책무”


하지만 가족에게 그런 특권과 책무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서로를 얽매일 사슬도 서로를 비난할 칼자루도 동시에 주어지는 게 가족이다. 한쪽이 죽을 때까지 서로 아웅다웅 하는게 어쩌면 가족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어느 쪽이든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한쪽이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생전에 맺은 관계를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그래서 늘 살아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을 하지만, 그건 사실 한국의 시니어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효를 강조하는 말일뿐 서로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아니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는 한쪽이 철학자라면 조금은 관계다운 관계가 성립될까? 한 사람이 궤변을 늘어놓고 막되먹은 행동을 해도 한 사람이 좀 더 여유롭고 현명하게 대한다면, 그 관계는 참으로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철학자라면? 왠지 정신만 더 산란해질 것 같은데, <어머니와 나>에 나오는 어머니와 아들은 모두 철학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아름답다(물론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는 전문 철학자는 아니다. 어머니는 그저 젊은 날 혼자 되어 아들을 셋을 길러야 했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길렀는데를 고민하지 않고 아들들이 있어줌을 고마워하고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믿어주고 들어주는 생활 철학자이고 아들은 어머니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아는 언어 학자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의 순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한 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책. 가방 한 구석에 놓아두고 계속해서 꺼내 읽고 또 꺼내 읽을 책이다. 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덮으면서 책장으로 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내 손에 잡힌 두 번째 책은 <노자>. <어머니와 나>는 노자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내 어머니를, 내 아버지를, 내 시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지만, (차마 말하기 힘든 이유로) 내가 나이기를 바라게 만든 책이었다.

나는, 역시나 좋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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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이상.김유정 지음 / 홍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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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이상, 김유정/황매


한 소설가와 한 시인의 이야기이다.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 라는 마음보다는 황매 출판사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간한 책은 아닌지.


책을 읽기 전에는 이상과 김유정이라는 1930년대가 낳은 걸출한 두 작가의 우정과 문학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가기 시작하자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는 두 작가의 소품을  다룬 책임을 알겠다. 상당히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같은 병으로 사망한 두 젊은 작가의 작은 글들은 상당히 여러 마음으로 다가왔다.


두 작가 모두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왠지 이상의 글은, 작가가 시인이어서 그럴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달라고 세상에 외치는 느낌. 김유정의 글은, 작가가 소설가여서일까, 자신의 이야기도 좀 더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고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시대를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렵거나 난해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인 듯 이상의 글은 아주 천천히 읽게 되고  김유정의 글은 좀 더 세밀하게 읽게 된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조금 다르다. 이상의 글은 호흡이 느려지는 것이고 김유정의 글은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고 해야 하나.


두 작가 모두 즐겨 찾아 읽는 작가가 아닌데도,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를 읽는 동안 좀 더 읽어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좀 더 공감이 가는 작가는 김유정. 이상은 급진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생각을 오가는 작가라면 김유정은 왠지 굳은 심지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일 거 같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 죽어가는 순간에도 글을 쓰고 친구들과 웃을 줄 아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작가란 그런 것인가 숙연해지기도 하고.


소중한 인재를 빼앗긴 문단과 친구들의 한탄 속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사랑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 책이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째서 작가들은 대부분 가난한 것인지.


가장 벅차게 읽은 내용은 역시나 두 사람이 동시에 출현하는 이상의 글 ‘희유의 투사, 김유정'이다.


‘오감도'를 사람들이 이해했다면 이상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김유정의 원고료가 조금만 더 많았어도 유정은 조금은 편히 쉬면서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두 작가가 죽은 뒤에 독자는, 출판사 관계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괜히 그런 부분이 궁금해지는 나날이었다. <우리 서로 별이 되자>를 읽는 나날은. 스물여덟, 스물아홉. 마흔 살 중반의 아줌마 눈에는 역시나 너무나도 어린 아해들. 이제는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있기를. 이미 한국 문단에서는 찬란한 별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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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Up -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
율리아 코르빅크 지음, 김태옥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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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up -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율리아 코르비크/김태옥 옮김/숨쉬는 책공장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40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나에게 요즘 가장 어려운 화두는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인 것 같다. 주변에도 페미니스트들이 조금은 있고,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모습도 보고 있다.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들의 논리와 태도는 상당히 당당했고, 그들의 지성은 똑똑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분명히 페미니즘에 관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tand Up>을 들었다. 나는 페미니즘을 초급부터 고급까지 처음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알았다. 페미니스트란 권력 관계를 묻는 것이며 동등권을 성취하려는 노력이라고.

 

여권은 신장됐다고? 그건 당연하다. 21세기가 20세기 초반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한 여자(시어머니)가 한 남자(사위)에게 사과를 대접하려고 다른 여자(며느리)에게 빨리 깎아오라는 시선을 보내는 세상이다. 그깟 사과 누가 깎으면 어떠랴마는, 며느리에게 사과를 대접하고 싶은 시아버지가 직접 사과를 깎는 시대는 오지 않고 있다(어딘가에는 그런 집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대체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런데, 사과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자기 사과는 자기가 깎아 먹자. 그게 제일 좋지 않나? 먹고 싶은 건 직접 준비해서 먹는 거--;; 대접 바라지 않는 사회!)

 

이제는 버스에 신문을 들고 타면서 옆자리 여대생을 조몰락거리는 아저씨는 (많이) 사라졌지만 지나가는 여자 엉덩이를 쓱 만지고 가는 아저씨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아직도 20대 아가씨들은 여자가 어딜, 조선 시대 같았으면이라는 말을 남동생에게서 들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입사 면접시험 때 여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결혼은 언제 할 건지(빨리 할 생각이면 취직하지 말 것이라는 전제 아래), 아이는 낳을 계획이 있는지다(있으면 취직을 보류해라는 압력을 행사하며). (물론 남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는 결혼을 빨리 해야 안정적이다. 아이는 꼭 둘은 낳아라, 등등?? 이런, 남자는 출산 능력도 없는데, 아무튼......--;;)

 

많은 남자들이 인정하지 않지만 많은 여자들이 겪고 있고, 적지 않은 남자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혁명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천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들과 비슷한 권력을 획득하려고 노력하는 여자들의 시도는 결국 권력과 비권력의 투쟁일 수밖에 없을 테니, 프랑스 혁명에 맞먹을 대혼란이 지나가야만 예전에는 차별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차별의 실체를 인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노예 제도도 제도를 없애겠다는 투쟁이 있기 전에는 당연한 경제 시스템일 뿐이었듯이.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독한 투쟁을 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페미와 반페미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차별과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동등권의 확산이라는 시각에서 전체 인류의 인권 신장을 꾀하려면 일단 억압 받고 있다는 사람들의 호소에 누구나, 적어도 귀는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Stand Up>은 동등권과 인권을 고민할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포르노를 다룬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섹스의 해방은 환영한다. 하지만 포르노를 경제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나로서는 의아하다. ()이 성()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파트너가 몇 명이냐와는 별개로 그래도 사랑에, 아니 적어도 호의에는 기반을 두는 행위였으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좀 더 공부를 해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어쨌거나 페미니즘을 보는 관점은 좀 더 개방적이고 논리적이고 사려 깊었으면 좋겠다. 뒷부분에서 살짝 독서가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면서 고민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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