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Up -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
율리아 코르빅크 지음, 김태옥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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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up - 초급과 고급 과정의 실전 페미니즘/율리아 코르비크/김태옥 옮김/숨쉬는 책공장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

 

40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나에게 요즘 가장 어려운 화두는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인 것 같다. 주변에도 페미니스트들이 조금은 있고,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는 모습도 보고 있다.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들의 논리와 태도는 상당히 당당했고, 그들의 지성은 똑똑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분명히 페미니즘에 관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Stand Up>을 들었다. 나는 페미니즘을 초급부터 고급까지 처음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알았다. 페미니스트란 권력 관계를 묻는 것이며 동등권을 성취하려는 노력이라고.

 

여권은 신장됐다고? 그건 당연하다. 21세기가 20세기 초반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한 여자(시어머니)가 한 남자(사위)에게 사과를 대접하려고 다른 여자(며느리)에게 빨리 깎아오라는 시선을 보내는 세상이다. 그깟 사과 누가 깎으면 어떠랴마는, 며느리에게 사과를 대접하고 싶은 시아버지가 직접 사과를 깎는 시대는 오지 않고 있다(어딘가에는 그런 집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대체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런데, 사과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자기 사과는 자기가 깎아 먹자. 그게 제일 좋지 않나? 먹고 싶은 건 직접 준비해서 먹는 거--;; 대접 바라지 않는 사회!)

 

이제는 버스에 신문을 들고 타면서 옆자리 여대생을 조몰락거리는 아저씨는 (많이) 사라졌지만 지나가는 여자 엉덩이를 쓱 만지고 가는 아저씨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아직도 20대 아가씨들은 여자가 어딜, 조선 시대 같았으면이라는 말을 남동생에게서 들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입사 면접시험 때 여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결혼은 언제 할 건지(빨리 할 생각이면 취직하지 말 것이라는 전제 아래), 아이는 낳을 계획이 있는지다(있으면 취직을 보류해라는 압력을 행사하며). (물론 남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는 결혼을 빨리 해야 안정적이다. 아이는 꼭 둘은 낳아라, 등등?? 이런, 남자는 출산 능력도 없는데, 아무튼......--;;)

 

많은 남자들이 인정하지 않지만 많은 여자들이 겪고 있고, 적지 않은 남자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혁명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천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남자들과 비슷한 권력을 획득하려고 노력하는 여자들의 시도는 결국 권력과 비권력의 투쟁일 수밖에 없을 테니, 프랑스 혁명에 맞먹을 대혼란이 지나가야만 예전에는 차별인지 몰랐던 사람들도 차별의 실체를 인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노예 제도도 제도를 없애겠다는 투쟁이 있기 전에는 당연한 경제 시스템일 뿐이었듯이.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독한 투쟁을 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페미와 반페미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차별과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동등권의 확산이라는 시각에서 전체 인류의 인권 신장을 꾀하려면 일단 억압 받고 있다는 사람들의 호소에 누구나, 적어도 귀는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Stand Up>은 동등권과 인권을 고민할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포르노를 다룬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섹스의 해방은 환영한다. 하지만 포르노를 경제 개념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나로서는 의아하다. ()이 성()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파트너가 몇 명이냐와는 별개로 그래도 사랑에, 아니 적어도 호의에는 기반을 두는 행위였으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좀 더 공부를 해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어쨌거나 페미니즘을 보는 관점은 좀 더 개방적이고 논리적이고 사려 깊었으면 좋겠다. 뒷부분에서 살짝 독서가 흐트러지기는 했지만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면서 고민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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