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
김성우 지음 / 쇤하이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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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뒤표지에 나오는 글이다.


“일상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특권과 책무가 동시에 주어진다. 서로의 생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 그리고 그렇게 목격한 삶이 차곡차곡 쌓여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망각하지 않을 책무”


하지만 가족에게 그런 특권과 책무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서로를 얽매일 사슬도 서로를 비난할 칼자루도 동시에 주어지는 게 가족이다. 한쪽이 죽을 때까지 서로 아웅다웅 하는게 어쩌면 가족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어느 쪽이든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한쪽이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생전에 맺은 관계를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그래서 늘 살아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을 하지만, 그건 사실 한국의 시니어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효를 강조하는 말일뿐 서로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아니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는 한쪽이 철학자라면 조금은 관계다운 관계가 성립될까? 한 사람이 궤변을 늘어놓고 막되먹은 행동을 해도 한 사람이 좀 더 여유롭고 현명하게 대한다면, 그 관계는 참으로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철학자라면? 왠지 정신만 더 산란해질 것 같은데, <어머니와 나>에 나오는 어머니와 아들은 모두 철학자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아름답다(물론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는 전문 철학자는 아니다. 어머니는 그저 젊은 날 혼자 되어 아들을 셋을 길러야 했지만 내가 너희를 어떻게 길렀는데를 고민하지 않고 아들들이 있어줌을 고마워하고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믿어주고 들어주는 생활 철학자이고 아들은 어머니에게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아는 언어 학자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의 순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한 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할 책. 가방 한 구석에 놓아두고 계속해서 꺼내 읽고 또 꺼내 읽을 책이다. 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덮으면서 책장으로 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내 손에 잡힌 두 번째 책은 <노자>. <어머니와 나>는 노자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내 어머니를, 내 아버지를, 내 시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지만, (차마 말하기 힘든 이유로) 내가 나이기를 바라게 만든 책이었다.

나는, 역시나 좋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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