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 - 21세기 교회의 새 지형을 탐색하는 두 사람의 대화
브라이언 맥클라렌 지음, 김선일 옮김 / IVP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위험한 책이다. 책을 읽는 중에 몇 번이나 출판사를 확인했는지 모른다. 전문신학출판사에서 나왔으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큐메니컬 출판사라면 당연하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학생운동단체인 ‘한국기독학생회(IVF)'의 출판부인 IVP에서 나온 책이다. 이 출판사는 8, 90년대 한국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이끌던 대표적인 곳이다. 특히 상대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상당히 경계를 했었다. 국내에서는 데이비드 웰스의 <용기 있는 기독교(The Courage to be Protestant)>가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두 책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이야기를 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용기 있는 기독교>는 전 IVP대표인 홍병룡이 한글로 옮겼다.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는 한 출판사가 수십 년간 쌓아온 사상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사실 책 내용은 간단하다. 세상은 모더니티에서 포스트모더니티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이 책도 소설형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푸는 (<소피의 세계>나 <장미의 이름>처럼)포스트모던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점점 다원화-상대화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속해있는 ‘기독교’, 그리고 ‘기독교인’이 변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복음주의권에서 “절대적인 가치와 권위가 사라지는 포스트모던한 세상에 대항하여 우리의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책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 ‘순수한 복음’이라는 것-즉 ‘교리’라는 형태로 깔끔하게 정리된 복음-이 사실은 모더니티의 영향을 받은 껍데기 아니냐고. 우리가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겼던 기독교적인 것들 대부분이 실제로는 근대 이후에 생겨난 것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그것은 복음주의, 자유주의 어느 누구에게나 그렇다. 어떤 무언가가 절대 진리라는 주장하여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시대 속에 기독교 역시 그런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그리스도인은 기존의 구분을 초월하거나 모두 수용한다. 따라서 복음과 역사적 기독교는 분리된다. 다른 종교인들에 대한 일방적 비아냥거림도 사라진다. 이제 더 이상 누가 지옥에 갈 것인지에 대해 논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회심’은 천국 가는 종착점이 아닌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의 시작점이다. 예배에 있어서도 탈근대를 지향하는 만큼 근대 이전 모습을 참고하자고 작중 인물 ‘네오’가 주장한다.  

 

저자인 브라이언 맥클라렌이 말하는 새로운 그리스도인은 사실 새롭지 않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도 맥클라렌만의 독특한 주장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그리스도인은 이래야 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그거야말로 모더니티한 짓일 게다!). 다만 우리 가운데 이미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을 잘 포착해 활자화하고 정리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대답을 주려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세상을 변하는 데 과연 우리는 낡은 가죽부대를 지킬 필요가 있느냐고.  

나는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여러 신학적 문제를 밖으로 끌어내 주었다. 하지만 이제 어찌해야 할까? 나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 살고 있다. 한국은 모더니티-포스트모던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바로 아버지 세대만 해도 철저한 모더니티적 사고를 하고 있고, 지금 대학에 들어오는 세대는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사고에 익숙하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 껴서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모더니티적 세계관에 열광하고 있었다. 한국은 뒤늦게 산업화가 진행된 만큼 변하는 속도도 겁나게 빨라서 온갖 부작용과 혼란이 혼재한다. 과연 대표적인 복음주의 출판사에서 출판된 이 책은 한국 교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일으킨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가야하나? 이런 질문에 여전히 (포스트모던하게) 대답을 유보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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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uot;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quot; 라고?
    from 있는 그대로 보기! 2009-05-25 17:14 
    참 우습다. '진리'라는게 실종되었다(아니, 원래 없었다라고 하는게 그들의 논지에 맞겠다)라는 전제하에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난 진리를 믿는다. 진리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건 '어쩔 수 없는 배타성'일게다. 그러나 현대는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지 않냐고 한다. 그냥 너한테 좋으면 좋은게 아니냐고 한다. 그럼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이 좋아하면 칼도 주고, 설탕 덩어리도 줘도 될까? 왜냐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그건 아니다! 아주 우스운..
 
 
바람처럼 2009-05-2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재미있는(?) 현실입니다. IVP... 두고 봐야겠군요.
데이비드 웰스의 책과 상반된다는 이야기에 한번 검색해본건데...
정말 ㅎㄷㄷ 합니다.
뭐... 전 '포스트모던'하지 못해서.. 틀렸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