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성
송인규 / IVP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남자치고 10대에 자위행위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나 요즘같이 클릭질 몇번이면 프X나 같은데서 초고화질 포르노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엔 더욱 없을 것입니다. 자위행위에 대해서 '하면안된다' '일주일에 한두번정도가 적당하다'등등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만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특히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선 별달리 거리낄게 없겠지요.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겐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자기 중심적인 교만'에 빠진 죄인임을 인식한 자입니다. 그런데 성경이 허락한 부부간의 성관계가 아닌 자위행위로 자신의 성욕구를 발산하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 아니 정당하든 말든, 유교의식이 아직까지 강한 한국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보수적인 서구사회 일각의 분위기 속에서 일단 행위 후 드는 자괴감과 죄책감만으로도 이것이 하나님앞에서 짓는 큰 죄가 아닌가 싶지요.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빨리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자위행위를 시작했습니다. 그저 우연히 알게 된 것으로 이것을 '자위행위'니 '딸딸이'등으로 부르는 말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니 그 때는 '섹스'란 단어도 몰랐었죠. 그러나 한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행위는 계속 되었고, 자연스레 2차 성징도 남들보다 빨리 일어났습니다. 모태신앙인이었던 저는 뭔가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고1때 처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고 눈물을 흘렸을 때, 저는 이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줄 알았었죠. 그러나 1주일 쯤 지났을까요? 여전히 저는 그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실까 두렵기까지 했습니다(다행히 그런일은 없었죠^^;).

자위행위를 한다고 하나님이 나를 버리시거나 징계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여전히 죄책감은 계속되었습니다. 행위자체보다 행위를 하면서 드는 생각들이 더 문제였습니다. 교회에선 신앙좋은척 온갖 종교적인 행사에 열중하다 집에 혼자 있을 땐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행위속에 빠져드는 자신을 볼 때 마다 자괴감에 빠져들었습니다. '하나님.... 이런 나를 사랑하세요?'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일을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다른사람(특히 기독교계열의 사람에겐 더욱더!)에게 이일을 밝히는 게 수치스러웠습니다. 이걸 밝히면 난 웬지 소외받을 것 같았습니다. 겉으론 아닌척해도 나를 판단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짓눌렀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13년의 세월을 넘어 IVF라는 공동체에서 지난 1월 수련회중 간사님께 처음 말했습니다.

송인규 목사님의 고립된 성이라는 책의 서문에는 제 이야기랑 90%이상 같은 내용의 고백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그 점에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뭔가 높은 자리에서 훈계하지 않을 것 같은 믿음. 모든 시험을 다 받았기에 능히 우리를 이해하며 도우실 수 있다는 그리스도(히4:15)처럼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말입니다.

저자는 일단 '자위행위'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자 '고성(고립된 성)행위'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보수적인 관점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이 행위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는 것이죠. 그리고 설교하거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이성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고성행위를 고찰합니다. 기독교 역사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성경은 과연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무슨 자위행위 하나를 갖고 250쪽이 넘는 책을 썼느냐 싶겠지만, 하나 하나 세심하게 이를 다루는 저자에게 존경심마저 생길 정도입니다. 책이라기 보다 논문을 읽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먼저 고성행위가 죄인가하는 문제를 짚고 있고, 고성행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고찰하고, 심리, 자극물(포르노나 도색잡지)의 사용, 상상의 영역까지 무엇이 죄이며 아닌지를 살펴갑니다. 결론은 '고성행위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몇몇 심리적인 부분이나 행위는 죄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성욕'은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것입니다. 고성행위가 가지는 이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더구나 내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몽정은 절대 죄라고 할 수 없겠지요.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직접 책을 보는게 나을거고(-_-;) 저에게 중요한 건 제가 아무에게도 밝히지 못했고, 그것도 한달전에 비밀리에(?) 한 분에게만 고백한 내용을 지금 만천하에 공개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100% 다 밝힌 건 아닙니다. 특히 자위행위시 드는 죄악된 생각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그리스도인 친구들은 경악할지도 모르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해야죠. 내가 인정안해도 그 모습은 내 모습이기 때문이죠.

이 책을 읽고나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죠. 분명히 죄인 부분들이 존재하니까요. 미혼인 저에게는 아직 그 행위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행위를 하고 나면 얼마간 하나님께 나아가지도 못했던 저였는데 이젠 그렇지는 않네요. 이젠 다~ 공개해버렸으니(;)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참... 뭐랄까요... 정말 진짜 너무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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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찡 2014-11-0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포함한 남들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렇게 글로써 고백했다는데 용기를 더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제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사악하다는 걸 생각하면서 성욕에 지기 일수였고, 오늘 이런글이 있다는걸 보네요~ 읽으신책 꼭 읽어보고 싶이요, 멋있네요 젠카님^^

2018-08-11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