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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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고 있는 봉태규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까불까불하고 약간은 불량한 모습,
혹은 철들지 않고 차분하지 않은 가벼운 느낌이라고
늘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보여준 철부지 남동생의 이미지,
논스톱에서 보였던 모습을 그의 본 모습이자
봉태규라는 사람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객관적인 잘생김에서 벗어난
약간은 입이 크고 못생긴 쪽에 가까운 외모에
독특한 패션 감각 역시 그의 모습을 고정관념화하는데
한몫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편견이라면 편견이랄까,
연예인들이 쓴 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집어 든 이 책을 통해
그가 이 책을 포함해 무려 세 권의
에세이를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또 내가 생각한 것과 꽤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임을 새삼 알게 된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라는 책 제목처럼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조금은 특별했던
유년기를 거치며 예민한 어른으로 자란 그가
결혼한 이후에는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빠로서
다양한 인생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그 치열한 삶 속에서도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 싶은
본인의 생각과 노력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완벽하게 결핍이 없는 삶은 없다.
그렇지만 특히나 유년기에서의 결핍은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들고 삶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이끌 만큼 참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큰아버지 댁에서 자란 6년의 시간은
충만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결핍,
그리움의 시간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여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생활은
그를 더 위축되고 예민한 아이로
만들었을 것은 분명하고 말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또 아버지가 되었으니
받아보지 못한, 배우지 못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가정을 지키는 방법을 어떻게 마주했을까,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생의 각 단계마다 새로이 부여되는 삶의 역할에서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와 두려움 속에서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타인의 세상에 초대된다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하며

자신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려는 굳건한 의지는 물론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어느새
내가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는
이미 저 멀리로 사라지고
새로이 봉태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느낌이었다.

또한 사랑의 결핍, 가족과 떨어진 생활로 채워진
유년기에 생긴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외면하지 않고,
괜찮지 않았던 본인의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노력을 통해
어린 날의 상처까지 스스로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예민할 수밖에 없었던 한 아이가 자라
예민한 어른이 되었지만,
꿈을 좇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또 누군가의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고민과 질문을
수시로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이미 그는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으며
단단한 사람이지 않았나 싶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본인의 삶과 생각을
하나씩 읊어주는 듯한 그의 글이
봉태규라는 사람을 읽는 사람에게 새로이 재조명하고
제대로 알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의 글을 읽고 나니,
문득 '나는 괜찮은 어른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미로 반성과 깨달음이 가득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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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핍은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새삼 실감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