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집들의 비밀 -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
정희숙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어렸을 때부터 기억에 남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면
워킹맘이었던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이면
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또 정리하고 치우며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정성을 쏟는 모습이다.

그렇게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며 엄마는
"매일 같이 청소할 수는 없어도,
이렇게 정리만 해도 집이 깨끗해.
한번 쓴 물건은 항상 두는 곳에 갖다 놔서
정전이 되더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해." 하고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하곤 했다.

엄마가 왜 그렇게 정리와 청소에 열을 올렸는지
그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은 집안인데
왜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할까 싶었다.

또 엄마를 보며 신기했던 점 중의 하나는
평상시 물건을 쉬이 사는 편도 아니고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그만큼이나 '물건을 버리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보며
"너희 엄마는 버리는 걸 퍽이나 좋아한다."라며
가끔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얘기했는데
엄마는 "쓸데없는 걸 쌓아둬 봤자 짐만 되고
쓰레기 밖에 안된다."라고 과감하게 물건들을 버렸다.

엄마의 길고도 긴 정리 습관은 6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주말이면 대청소 모드로 돌입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하고
자꾸 아빠를 설득해 안 쓰는 물건들을
중고마켓에 내놓기도 한다.

그런 엄마가 얼마 전 '정리 전문가 정희숙이
쓴 책 읽어보고 싶어.' 하고 얘기를 하길래
어떤 얘기가 담겨있길래 엄마가 흥미를 가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진
'집 정리'와 '미니멀리즘' 덕분에
정리 전문가라는 직업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유튜브 누적 5,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정리 전문가 정희숙 님이 말하는
정리와 삶의 연관관계 그리고 부와 운을 부르는
공간을 꾸리는 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정리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
정리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엄마가 평생을 강조해온
'정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배우지도 않은 엄마가 어떻게 몸소 깨달았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미니멀리즘을 위해
무조건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워낸 뒤
다시 새로운 보관함이나 용기를 사서
'보이는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좋은 정리는
집에 있는 기존의 물건을 버리는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물건을 내 공간 안에
들여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는 것,

정리를 하고 공간에 '여유'를 두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비워가며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재점검'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그 비워내기를 통해 명확한 내 취향과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정리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그때그때 알게 되며
결과적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비로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마음에 강한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 그 존재를 잊고
또 새로 사게 되기도 하고,
마냥 짐이 한가득 쌓인 공간 안에서는
어떤 여유도 생각도 할 틈이 없어진다.

반면 내가 가진 공간을 욕심껏 꽉 채우지 않고
여유 있게 꼭 필요하면서도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들로만 채우는 부자들은 오히려 그로 인해
삶을 주체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물건에 자기 자리를 찾는 사소한 시작이
우리에게는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게 해주고
이 공간은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더 큰 자유와 안정을 얻게 해 준다.

물건이 정리되면 마음도 정리되고,
우리는 그 여유 안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며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정리 멘토 정희숙 님의 메시지는

복잡하고 어려워만 보이던 부와 운이
작은 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다가올 수 있다고,
일단 작게는 서랍 한 개,
하루 10분 정리로 시작해 보자고 독려한다.

날 잡고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정리에 대한 편협했던 시각은 물론,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정리가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부분까지
엄마가 강조하는 '정리의 힘'에 대해
체계적으로 깨닫고 자극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

엄마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이기도 하지만
한바탕씩 각자의 방을 정리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우리 가족 모두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이 될 것 같다.

하루 10분 집 정리,
어렵지 않으니 앞으로는 엄마의 정리 타임에
나 역시 함께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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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2023-11-0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와닿는 서평입니다!!저도 노력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