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 따라 하다 보면 돈이 쌓이는 친환경 소비 라이프
최다혜.이준수 지음, 구희 그림 / 미래의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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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6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맹렬한 더위의 시작이다.
아직 봄인데도 어떤 날에는
한낮 최고 온도가 거의 30도에 육박하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다가
이틀 뒤쯤 뉴스에는 갑자기 강원도 산간에
40cm의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니
정말 심각한 기후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도 한창 꽃이 피고 따뜻해야 할 날씨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낮아져
과실나무의 꽃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떨어지는 바람에
과일값이 심상치 않게 올라 과일을 살 때면
마트에서도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망설이곤 했고 말이다.

날씨와 환경오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은 사람도 많겠지만,
만약 이렇게 이른 무더위와 폭설,
갑자기 오른 과일값에 나의 소비가
원인이 되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책은 두 명의 아이를 둔 부부가 써 내려간
지구를 구하고 지갑을 두둑이 하기 위한
절약 생활을 담은 책이다.

전쟁 같은 맞벌이와 육아의 치열함 속에
고군분투하는 저자들은
돈도 시간도 부족한 현대사회 속
배달음식이나 편리함을 도와주는
다양한 소비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비로 행복은 충족되지 않았고,
'편하기 위해' 사들였던 물건들로
나날이 쌓여가는 짐 속에서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커져갔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이웃집에 들렀다가
짐으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자신들의 집과는 달리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있어
여유 있는 공간 속에서 평온한 행복을 만끽하는
그들의 모습에 큰 자극을 받고
미니멀라이프 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소비로 행복을 추구하기란 너무 어렵기에
소비를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로,
적게 쓰고 적게 벌며 대신 여유를 찾자는 것.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출근하며
눈물바람으로 이별하던 오늘의 눈물진 삶보다는
조금 덜 벌더라도 육아휴직을 하고,
그로 인해 소득이 줄었지만 소비를 줄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행복하다면
더 나은 삶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바뀌기 시작한 그들의 일상,
소비를 줄이고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다 보니
그들의 삶은 어느덧 쓰레기가 감소하는
제로 웨이스트로 연결되었고

돈을 안 쓰면 돈이 남고, 남는 돈을 모아
지갑이 두둑해지는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가 딸려오는
현대의 환경에서 소비를 줄이는 절약과
제로 웨이스트 활동은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환경보호에도 일조해
지구를 위한 일이기도 했으니,

책의 소제목처럼 따라 하다 보면
돈이 쌓이는 친환경 소비 라이프라 할 수 있겠다.

의도한 계산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제로 웨이스트와 절약으로 인해
건강한 식재료를 직접 혹은 가까이에서 수급하며
신체적인 건강도 더 좋아지기도 했고

자연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과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샴푸바, 고체 치약 사용으로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과 양립,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몸소 체험하며
물건과 관계 맺기, 분리수거와 쓰레기 줍기 등
오염이 확실한 미래 지구환경에서 필수적인
환경 감수성을 깨우치게 되는 소득을 얻었다.

소소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구와 가정경제 모두를 구하는
그들의 일상과 삶을 따라가며

무조건 '불편하더라도 지구를 위해서'
실천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친환경을 추구하면서도 삶의 재미도,
가정 경제까지 챙기는 똑똑한 노하우에

그동안의 환경보호 실천을 담은 책들과 달리
'이 정도는 나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책의 뒷부분에는 지구를 구하는 한 달간의
환경 실천 달력이 마련되어
매일매일 내가 실행한 환경 활동을 기재하며
작은 실천이 얼마나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육식 줄이기(단계별 채식 실천), 에너지 절약하기,
제로 웨이스트, 소비 줄이기의
각 항목별 실천 목록을 안내하고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를 작성해 봄으로써,
스스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내미는 것이 조금 민망하니까,
혹은 환경보호 활동이 번거롭고 귀찮은데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싶었던 생각을

'내 지갑을 두둑이 만들어 준다'라는 결과로
설득력 있게 실천을 이끌어주었다는 점에서도
환경보호와 실천을 시도해야 하는
색다른 동기부여를 일깨워준 것 같아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던 환경보호를
소비생활과 엮어 알기 쉽고 실행하기 쉽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더 절약과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용기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1부터, 차근차근 10으로
나중에는 100까지 나아갈 수 있게
나 역시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를 작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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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마케터는 스토리를 만든다 -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22가지 스토리텔링 법칙
박희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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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디자이너와 마케터를 거쳐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온라인에서 내가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지금의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경쟁자'라고 할만한 대상이 거의 없을 만큼
없었던 시장을 만들어냈기에

이 시장의 대부분의 수요에 대한 공급은
우리를 통해 거의 다 이루어지다시피 했고,
제품의 가격을 비롯해 형태, 포장 방식 등
모든 것은 우리가 '기준'이 되었기에
일명 장사하는 재미가 참 좋았다.

학교를 다니며, 마케팅을 공부하며 배웠던
'블루오션' 시장이 이런 거구나 하며
짜릿한 성장의 곡선이 이어져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뭐든 쉽게 그리고 빠르게 따라 한다.
1-2년 재미를 보나 싶을 즈음에,
따라하는 후발주자, 일명 '카피캣' 들이 등장해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누가 봐도 우리와 비슷한 디자인, 구성인데
가격은 살짝 더 낮아서 누가 봐도
'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제품을 파는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 친밀감과 충성도를 가진
단골 고객들은 '이런 거 따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며 우리를 지지해 주었고,
나름 애쓴 선점의 시간 덕에 경쟁자들의 등장에도
크게 흔들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를수록,
그리고 경기 불황이 이어질수록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이미 잘 만들어진 것을 따라 하는 후발주자는
어려울 것이 없기에 경쟁자가 늘어만 갔다.

비슷한 제품도 파는 사람 하나 없던 시장은
어느덧 수십, 수백 개의 경쟁자로 꽉 찼고,
그들은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더 많은 구성으로
이익을 낮추면서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니, 나름 탄탄한 고객층을
그리고 안정적인 마케팅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우리에게도 흔들림이 찾아왔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하는
위기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놓고 싶지 않고,
쌓아온 노하우를 제로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모험은 두렵기만 하다.
무엇부터 해보면 좋을까 싶은 찰나에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카피캣이 난무하는 레드오션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힘'을 담아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현업에서 20여 년 차 마케터로 일하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동력이 투여되는
상품 · 서비스 · 브랜드를 경쟁자들로부터
지켜내고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일명 '감성 마케팅'이라 불리는
스토리텔링 법칙에 대한 비법을 담은 책이다.

일명 '이야기가 매출을 바꾼다'라는 논리로,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말로 들려
처음에는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태도로
마케팅을 전환하면 선순환이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으로,

1장에서는 마케팅에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이 가지는 속성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 다뤄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짚어주었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크게
3가지의 틀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공식과 함께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소개하였다.

겨울에도 판매량이 높은 코카콜라,
러시아의 국민라면이 된 팔도 도시락,
고디바 초콜릿 로고에 담긴 비밀 등
60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익숙하게 접했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스토리'의 역할을
새로이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고,
그 안에 담긴 가볍지 만은 않은 기업들의 노하우는
'우리 일에 어떤 부분을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누구나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A to Z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하여,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실무 적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담겨있는 마케팅의 내용들은
기업이나 브랜드에 적용하기 좋은 사례라
큼직하게 비용이나 체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개인사업자에게는
먼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었지만,

견고하게 형성된 스토리 여부에 따라
내가 만든 상품과 기업, 브랜드의 가치가
실제보다 높아지고 낮아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요즘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공구 마케팅에서도
무조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등
본연의 가치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인플루언서 자체의 소통이나
'이것을 왜 파는지'에 대한 스토리 등이 있어
그 스토리로 인해 구매를 결정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이른바 원픽을 받기 위해
남들과 다른, 새롭고 확장성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무조건 거창하고 규모감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기획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고객과 '이야기하며'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뾰족하게 마케팅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희망찬 해결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조금씩 떨어지는 매출의 아쉬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마케팅의 방향성에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에
이 책의 메시지들이 매출을 올리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냥 쉬이 흘리지 말고, 좀 더 깊이 있게
실현 가능한 것들을 검토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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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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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페에 혼자 갔던 날이 기억이 난다.
집 근처의 멀지 않은 작은 회사에서
2년여를 근무하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 후
포부 있게 큰 물로 나가 구한 두 번째 직장은
역삼역 테헤란로 빌딩 숲 사이의
꽤나 이름있는 대기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서류와 실기, 면접을 통과하고
드디어 첫 출근 일이 되었던 날,
혹여나 조금이라도 늦을까 걱정이 되어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은 일찍 도착했고,
그렇다고 회사에 벌써 들어가기도 애매해
시간이 붕 떠버렸었다.

각자 자기 갈 길을 가기 바쁜 직장인들 사이,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찾은 게
바로 카페였다.

역삼역에는 한 빌딩에만 해도
몇 개의 카페가 있을 정도로
직장인들이 한가득이라
아침 시간에도 어찌나 사람이 붐비는지
'그들만의 세상에 들어온 낯선 침입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안에 들어가는 데만 해도 꽤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의 나는 커피를 입에도 대지 못했음에도
그저 '앉을 장소와 때울 시간'이 필요해서
마시지도 않을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내가 이들 속에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눈을 돌리며
너무도 익숙한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바빴었다.

일본 문학계의 유명한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로도 이름을 알린 권남희 작가의
첫 스타벅스 '혼자 방문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치 없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내가 일해도 되나? 하며 바짝 쫄았다니,
그때의 내가 떠올라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직장이 멀어 독립한 딸,
지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어머니,
세상을 떠난 반려견까지
갑작스레 '독립생활'을 하게 된 작가는
빈둥지증후군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앉아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어느 날 문득 들른 스타벅스에서 느낀 편안함
그리고 타인과 어우러져 그들 속의 일부가 되는
그 경험은 '혼자'가 익숙지 않은 작가에게
다른 장르의 쾌적함과 안도감을 주었나 보다.

그렇게 방문한 매일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음료'와 함께 기록된 글 꼭지들이 모여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카페에 가면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업무 미팅을 위해서,
혹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서,
혼자서 공부나 업무를 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잠시 들러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등
각자의 이유로 카페를 찾고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 카페에 가면
'내가 이곳에 방문한 목적'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처음 혼자 방문한 카페에서 주변을 관찰하듯,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에 빠지기도 하고
그들의 주문한 음료나 푸드를 보며
'저건 무슨 맛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연히 들른 스타벅스에서 2층 출입구로 들어와
얌체같이 집에서 챙겨온 텀블러 음료를 홀짝이며
가방 속에 있는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를
스타벅스 휴지통에 버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혼자 4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콘센트에 노트북을 꽂고 집에서 가져온 음료로
'스타벅스에 온 기분'만 내는 사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뭐 이런 무개념이'
싶은 생각이 들다가 퍼뜩
그런 그를 처음부터 관찰하고 있는 나도
매너 없기는 매한가지네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타인과 테이블 하나 건너로
같은 모양의 의자에 앉아 공간을 공유하고
엇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상 속 풍경.

이만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나 그이나 다를 것 하나 없는데
그 안에 각자의 이유와 하루가 담겨있다.

스타벅스에 앉아 음료 한 잔을 시켜둔 채
눈을 굴리며 옆 테이블의 혹은 저쪽 멀리 자리 잡고
열심히 무언가에 열중하는 누군가를 관찰하듯
소소한 일상 속 풍경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습을 참 맛스럽게,
또 향기롭게 기록해둔 책이 아닌가 싶다.

만약 그녀가 스타벅스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
뜨거운 커피가 다 식도록 눈알만 굴리며
눈치를 보던 그때의 나를 보았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로 책에 담았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늘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좀 별로,
하고 생각했던 고정관념도 깰 수 있었고
누군가를 몰래 슬쩍 훔쳐본듯한
작은 에피소드들이 마음을 몽글몽글
포근한 느낌으로 즐거워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스타벅스에 가고 싶어졌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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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김지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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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이기에 자녀의 '첫 말 하기'의
짜릿한 기분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조카들의 '말하기'를 보며 웃음 짓는 순간들,
그 어설픈 말 하기의 귀여움을 느낀 추억을
자주 되새기곤 한다.

모든 사람을 '엄마'하고 부르며
이것저것 해달라 하던 아이의 모습,
나비를 '마비'로, 여우를 '어우'라고 발음해도
마냥 예쁘고 반짝이던 순간을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어설픔'을 기다려주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던 시간,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의 알 수 없는 소리에도
'그치~ 그랬지' 하는 답변을 하며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행복한 추억의 한 조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과의 대화에
'언어치료'라는 말이 붙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금 전까지 어설픈 발음도 귀엽게 느껴지던 모습도
'언어 기관의 문제'나 '장애'로 느껴지며
이 발음이나 말은 '빨리 고쳐야만 하는'
범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20여 년간 언어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온 김지호 언어치료사의 글로,
그가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된 우리가 모두 잊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제대로 된 발음을 하지 못하는 아이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어떤 문제로 인해
바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아이,
말은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동네의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살피고
동네의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 등

일상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쉽게 만날 수 있는
'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을 텐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담았다.

언어치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유전적이든, 후천적인 신체기관의 발달지연으로
그저 발음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거나
혹은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로 인해
뇌의 발달이 충분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운' 장애의 문제로,
그렇기에 이들에게 말을 하게끔 하는 언어치료는
그런 신체기관을 활성화하는
의료적인 치료행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언어치료사로 활동하는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언어치료라는 것이 단순히 발음을 정확히 하고,
더듬지 않고 바로 말을 하는 행위적인 부분의
정확함이나 결함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그 원인을 1차적으로 찾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냄으로써
그들이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태어나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다가 앉고,
일어서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걷다가 엎어지는 수많은 성장의 과정을
우리는 '처음부터 똑바로 걸어야지'하며
매몰찬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넘어지고 부딪히고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울면서도
자꾸자꾸 스스로 일어나는 연습을 통해
언젠가 걷게 된다는 것을 믿고 기다려주며
때로는 박수와 칭찬으로 용기를 북돋아 준다.

처음 말을 배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에게 엄마라고 불러도,
조금은 새는 발음으로 혹은 자신만의 발음으로
사물을 불러도 다그치지 않고
웃으며 '아이만의 시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들의 성장을 기다려준다.

하지만 장애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디고 어설프다는 이유로
언어치료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포용심을 베풀지 못한 채 선입견으로 대했음에
반성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어설프고 더딘 성장 속에서도
그만의 노력이 담겨있고,
자신만의 속도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가 너무 그 마음을 외면하고
어른들의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닐까 하고.

어딘가 아픈 아이, 부족한 아이라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와
또 그 아이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잔잔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메시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기 소리를 내고 싶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장애'나 '기능적인 문제'로 한정 짓지 않고,
어른들의 시선 속에 답답하기도 했던
자신의 어린 날에 빗대어
아이들의 감정을 되짚기도 하며

사실은 그들의 결함에 의존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러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은
어른의 마음을 담았다는 점에서
나 역시 언어치료와 아이들의 '말'을 바라보는
마음에 큰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그저 '치료'하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또 공감을 매개로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겉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그의 섬세한 발맞춤이
바쁘고 삭막한 현대의 우리에게
많은 반성의 마음과 울림을 안겨준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를 바라보듯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기를,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따스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말은, 대화는 '마음'으로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이렇게 다시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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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공감부터 설득까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
정문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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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쉼 없이 이루어지는 대화 속,
유난히 따뜻하고 다정한 말로 마음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
스스럼없이 대화하되 함부로 선을 넘지 않고,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때면 나 역시 심도 있게 말을 고르고,
상대방이 그러했듯 배려 있는 태도로 귀 기울이며 집중하게 되는데
이렇게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논리정연하고
빠지는 곳이 없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레 배우고 익히게 되는 말인데도
타인과의 대화는 어렵기 마련인데,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업무 메일 등의
글쓰기는 더욱이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많다.

이 책은 의사소통의 기본인 말하기와 글쓰기라는 자기표현 방법에 대해,
저자가 10여 년의 직장 생활과 다양한 강의 활동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진심을 전하는 표현의 기술을 담았다.
전작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과
《더 좋은 곳으로 가자》로 '글쓰기' 재능은 물론,
<세바시> 출연으로 '말하기' 까지 인정받은 정문정 작가의 신작이다.

이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1부 〈말은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에서는
첫 책 출간 이후 강연자로서 그리고 많은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깨달은 말과 글의 차이에 대해 정리했다.
말하기에는 공감과 배려가 중요하기에 친절한 표현을 쓰는 것이,
글쓰기에는 논리와 정리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에
섬세한 표현을 쓰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

2부 〈공감은 영업인처럼, 설득은 과학자처럼〉 에서는
설득과 주장을 잘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 말하기 기술을
저자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주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자신의 말과 글에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자영업자의 마음과
과학자가 가설을 재차 검증하며 이론을 세우듯 개인적인 믿음과
사실의 영역을 혼동하지 않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과학자의 마음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부 〈분노는 우아하게, 거절은 단호하게〉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아하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다.
우리의 말과 글에는 설득, 거절, 위로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오가기 때문에 이것이 상처가 될 때는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서일 때가 많으므로,
말과 글을 전달받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을 거침없이 내뱉기 보다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대화할 때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게 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의 메시지보다 '~게 어떨까요?'의 청유형으로
스스로 자신의 말과 글을 돌아보며 고치게끔 하는 작가의 권유는
다양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였기에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책 제목인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의 전제는
내 목소리를 크게 내고자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대화 속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이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서로를 존중하는 편안한 소통아래 관계에서 성장이 일어날 때
말하고자 하는 이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좋은 내가 되어, 좋은 네가 오도록'이라는 말처럼
상대의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나의 태도를 바꾸고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에게 공감하고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상대의 유쾌하지 않은 말이나 글을 접하면
'이왕에 하는 말(글) 예쁘게 하지' 하고는 똑같이 투덜거리거나
삐딱한 태도로 나가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상대에게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이 소통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말을 내뱉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다만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소통하는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까지
생각해보고 익힐 수 있었기에 더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될 것 같다.

닮고 싶은 사람의 말과 글을 자주 보고 들으면
간절할수록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닮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어여쁜 마음이 담긴 글을 자주 펼쳐보고 또 실행하면서
그녀를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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