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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마케터는 스토리를 만든다 -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22가지 스토리텔링 법칙
박희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5월
평점 :
오픈마켓 디자이너와 마케터를 거쳐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온라인에서 내가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지금의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경쟁자'라고 할만한 대상이 거의 없을 만큼
없었던 시장을 만들어냈기에
이 시장의 대부분의 수요에 대한 공급은
우리를 통해 거의 다 이루어지다시피 했고,
제품의 가격을 비롯해 형태, 포장 방식 등
모든 것은 우리가 '기준'이 되었기에
일명 장사하는 재미가 참 좋았다.
학교를 다니며, 마케팅을 공부하며 배웠던
'블루오션' 시장이 이런 거구나 하며
짜릿한 성장의 곡선이 이어져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뭐든 쉽게 그리고 빠르게 따라 한다.
1-2년 재미를 보나 싶을 즈음에,
따라하는 후발주자, 일명 '카피캣' 들이 등장해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누가 봐도 우리와 비슷한 디자인, 구성인데
가격은 살짝 더 낮아서 누가 봐도
'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제품을 파는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 친밀감과 충성도를 가진
단골 고객들은 '이런 거 따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며 우리를 지지해 주었고,
나름 애쓴 선점의 시간 덕에 경쟁자들의 등장에도
크게 흔들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를수록,
그리고 경기 불황이 이어질수록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이미 잘 만들어진 것을 따라 하는 후발주자는
어려울 것이 없기에 경쟁자가 늘어만 갔다.
비슷한 제품도 파는 사람 하나 없던 시장은
어느덧 수십, 수백 개의 경쟁자로 꽉 찼고,
그들은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더 많은 구성으로
이익을 낮추면서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니, 나름 탄탄한 고객층을
그리고 안정적인 마케팅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우리에게도 흔들림이 찾아왔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 하는
위기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놓고 싶지 않고,
쌓아온 노하우를 제로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모험은 두렵기만 하다.
무엇부터 해보면 좋을까 싶은 찰나에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카피캣이 난무하는 레드오션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힘'을 담아낸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현업에서 20여 년 차 마케터로 일하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동력이 투여되는
상품 · 서비스 · 브랜드를 경쟁자들로부터
지켜내고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일명 '감성 마케팅'이라 불리는
스토리텔링 법칙에 대한 비법을 담은 책이다.
일명 '이야기가 매출을 바꾼다'라는 논리로,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말로 들려
처음에는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태도로
마케팅을 전환하면 선순환이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으로,
1장에서는 마케팅에 스토리텔링이 왜 필요한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이 가지는 속성이 무엇인지,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 다뤄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짚어주었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크게
3가지의 틀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공식과 함께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소개하였다.
겨울에도 판매량이 높은 코카콜라,
러시아의 국민라면이 된 팔도 도시락,
고디바 초콜릿 로고에 담긴 비밀 등
60개 기업의 성공 사례는 익숙하게 접했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스토리'의 역할을
새로이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고,
그 안에 담긴 가볍지 만은 않은 기업들의 노하우는
'우리 일에 어떤 부분을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누구나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A to Z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하여,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실무 적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담겨있는 마케팅의 내용들은
기업이나 브랜드에 적용하기 좋은 사례라
큼직하게 비용이나 체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개인사업자에게는
먼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었지만,
견고하게 형성된 스토리 여부에 따라
내가 만든 상품과 기업, 브랜드의 가치가
실제보다 높아지고 낮아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요즘은 인플루언서를 통한 공구 마케팅에서도
무조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등
본연의 가치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인플루언서 자체의 소통이나
'이것을 왜 파는지'에 대한 스토리 등이 있어
그 스토리로 인해 구매를 결정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고객으로부터 이른바 원픽을 받기 위해
남들과 다른, 새롭고 확장성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무조건 거창하고 규모감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기획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소하고 작은 부분이라도
고객과 '이야기하며'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뾰족하게 마케팅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희망찬 해결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조금씩 떨어지는 매출의 아쉬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마케팅의 방향성에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에
이 책의 메시지들이 매출을 올리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냥 쉬이 흘리지 말고, 좀 더 깊이 있게
실현 가능한 것들을 검토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