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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사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5
설재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6월
평점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125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는데요,
‘계절 앤솔러지 장편화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뜻 깊은 작품이자
10대들의 우정과 연대를 섬세하게 그려낸 청소년 성장소설
'열입곱의 사계'입니다.
본 작품은 다채로운 필력으로 SF, 순문학, 청소년소설을 넘나드는
설재인 작가의 작품이죠.
주인공 성아민은 검정고시를 통해
국내 최고의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한 미성년자예요.
겉으로 보면 엄청난 스펙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집이 불타고, 어머니까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져버리거든요.
그 와중에 만난 과외 제자 ‘송유정’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상처 입은 아이였고,
그를 시작으로 아민은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한 명씩 만나게 돼요.
이야기는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가요.
각각의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아픔을 안고 있어요.
유정은 외면 받았던 외로움으로,
성현은 억압된 기대 속에서 숨 막혀 하고,
지원은 가난과 폭력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어요.
그리고 아민은 그 아이들과 마주하며,
자신조차도 몰랐던 감정을 하나씩 끄집어내게 되죠.
이야기는 계절이라는 구조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성장 흐름을 보여줍니다.
설재인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무겁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게 담는 서사예요.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은 결코 작지 않지만,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회복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다가와요.
작위적이지 않게
섬세하게 다룬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의, 혹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면서도 절절하고
또 그러다가 끝내 위로 마저 받게 되었죠.
무엇보다 이 책은 ‘평균’이라는 말 바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정면으로 바라봐 줘요.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외면 받는 아이,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그리고 그저 살아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된 아이들.
'열일곱의 사계'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가볍지 않게,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아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생각이 들어요.
"내가 누군가의 곁에서 어떤 존재로 있을 수 있을까?"
긴 겨울의 끝자락에 서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함께 견딜 힘을 주는 '열일곱의 사계'
자음과 모음에서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