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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도서제공 #서평단 #관조하는삶 #한병철
'여가하는 삶'은 산업 사회가 형성되며 발명된 근대적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노동자들은 이제 근무 외의 시간에 멀리 떠날 수도, 소비를 하며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틀 간의 여가가 끝나고 나면 다시 노동 현장에 위치해 있는 나는 대부분 후회에 머무른다.
"'더 잘' 쉬었어야 했는데."
쉬는 시간조차 무언가를 해내거나 달성하지 않으면, 만족스런 소비가 없으면 무용하다고 느끼는 강박이 있다.
"푹 쉬었으면 됐지"라며 위안을 얻곤 했지만 "여가는 노동 후의 회복에 기여하므로 노동의 논리에 구솟된 채로 머무른다(12쪽)" 문장에
나의 쉼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역 축제, 전시회, 팝업 스토어 등 내가 여가를 위해 보내는 많은 것들이 실은 '소비'에 불과했다는 허무함이 몰려왔다.
상품화된 축제는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외롭다.
수없이 쏟아지는 커뮤니티는 상품화된 공동체(15쪽)일 뿐이다.
개별화되고 고립되는 사회에서 무위의 삶은 주체의 상실, 우리의 연결성을 회복시켜준다.
얼마 전 읽은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근대적 인간의 종말을 목격했다.
목적론적 삶에서의 탈피,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살아가지 않는 것, 의식적인 삶이 부조리한 인간상이다.
한병철이 말하는 '무위'의 삶도 같은 결이라고 느낀다.
목적과 효용으로부터의 자유는 무위의 핵심 본질이다. 이것은 행복의 기본 공식이다. (17쪽)
우리는 어떻게 무위할 수 있는가.
무위를 목적으로 두고 행동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짧은 호흡의 정보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요즘이다.
10초에서 15초 내외의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왜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
같은 영상 매체 또한 배속으로, 요약본으로 제공되는 데 왜 우리는 느린 호흡의 영상을 온전히,
그보다 더 느린 활자로의 유영을 시작해야하는가.
그것은 책 읽기가 완전히 무용하기 때문이다.
무용함에서 우리는 오로지 행복을 느낀다.
#김영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