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이해한다는 쉽지 않은 일
흑미 지음 / 콜라보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선택한 이유는 별거 없다. 살짝 비친 동양화 그림이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어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글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했다. 에세이 글들은 사실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너를 이해한다는 쉽지 않은 일" 나 자신도 이해를 못하는데, 상대방에게 이해한다고 말을 한다는 것은 건방진 말이다. "그래, 이해해 네 마음 다 알지"하면서 말을 건네오면 속으로" 네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아는 척을 해?" 하면서 마구 내뱉게 된다. 겉으로는 가면을 쓰고 "고맙다. 너밖에 없어" 말을 하지만... 말이다. 아무 말 안 하고 옆에 있어주면 그것으로 된다. 정말!


"늘 '왜'라는 물음표를 달고 살았다. 남들은 쉽게 넘어가는 일도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럴수록 내 삶은 무거워졌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면 가끔씩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모여 이룬 방정식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채로운 난이도의 문제를 풀다 보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각자마다 사람의 공식이 달랐고 방정식은 늘 알 수 없는 Y 값으로 남았다. 나에게 인생이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행 같았다."

 

p22 내 인생 속의 무수한 구멍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이 있다.
" 그 여러 구멍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에게 상처 준 사람들이 하나하나 차지하고 있다. 절대로 그 구멍을 메울 수가 없다. 구멍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잊을 수가 없다. 그 상처를 아픔을 "


p39 우리 내면은 늘 싸움 중이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았을 때 대부분은 그 사람이 나를 직접 찌른 게 아니었다. 나의 약한 고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내가, 그렇지 않아도 못마땅해하던 나의 어떤 모습을, 그 사람이 쥐여준 칼로 무참히 공격한 것이다. 나의 결정적인 도움 없이는 아무도 나를 정확하게 상처 입힐 수가 없다.

" 나도 나 자신에게 어깃장을 놓으며 상처를 주곤 한다. 감정의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말이다."


p99 우리는 의미 없고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채워지는 시간들도 받아들여야 한다. 별일 없이 밋밋하게 흘러가는 날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처럼.

" 의미도 없는 시간을 보낼 때마다 나 자신이 한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자주 그런다. 언제나 내 시간은 의미 없고 영양가가 없다."


p154 당장 눈앞이 깜깜해진 사람에게는 잠시 숨이라도 쉬게 하고 눈앞을 밝혀줄 어떤 마음이라도 간절할 때가 있다.
" 어떠한 위로도 하지 않고, 도움도 줄 수도 없지만, 옆에 그저 있어준 것 만이라도 진심으로 고마웠던 적이 있다. "


p180 평범하게 산다는 게 뭘까.
" 나는 답을 모르겠다. 요즘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왜 나는 이 모양일까? 생각을 하지만.... "


p191 입 밖으로 꺼내야만 알 수 있는 말은 늘 입가에 머물고만 있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어야 하는 말들은 튀어나와 날카로운 비수가 된다. 생각이 어린 상태로만 머물러 있으면 잔인한 인간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 나도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널러있다. 잔인한 인간들이...."


" 우리는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없고 모두를 좋아할 수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까"

 

-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아빠의 한숨에 '이왕 낳아주셨으니 끝까지 잘 키워주세요'하고 되받았다. -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걱정과 쓸쓸함이 복잡하게 많이 들어가 있는데, 작가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틈에 들어가 공감하려니깐 나까지 전염되는 것 같았다. 문장들이 회색빛을 뿜었고 나는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다행히 깜깜한 어둠은 아니었다. 작가가 밝게 하려고 긍정을 계속 집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작가가 그리는 감정에 대해서 공감을 할 것 같다. 나 또한 공감하고 그 문장에 대해서 곱씹고 그랬다. 또한,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는데 빨아들이는 힘이 강했다.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서 그런 건지....


읽으면서 이 책이 힐링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깐 말이다. 이해하려고, 견뎌내려고, 노력하려고 하는 모습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독자도 알 수 있게 글과 그림 둘 다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다.


약간의 보탬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태도와 시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감정을 길게 느꼈을 뿐이다 .  다시 들여다 보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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