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저택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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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문학의 입지를 위상으로 끌어올린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 작가. 그는 70여년의 작가 생활 동안 300편이 넘는 단편을 발표했고, 그중에서도 시월의 저택은 작가가 55년간 틈틈이 발표한 '엘리엇 가족'에 대한 단편을 모은 것으로, 작가가 가장 사랑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1946년 시작해서 2000년에 완성된 '시월의 저택'


다락방에는 4천년 전 파라오의 딸이던 천 번 고조할머니가 살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원히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살포시 잠들어 계셨다. 티모시는 할머니를 깨웠다. 내일 밤 전세계에서 티모시 가족이 오기 때문이다. 티모시는 할머니로 부터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 저택이 어떻게 지어지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전체가 기괴하고 훌륭하다" 괴상한 가족의 일원으로써.... 4천년 전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자, 시작은 이렇게 된 거란다...."


풀이 무성한 초원과 그 가운데 언덕만이 있었다. 언덕 꼭대기 한 가운데엔 검은 번개처럼 뒤트리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나무가 거친 날씨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택을 불러냈고, 그 저택은 교황청이나 왕실 건물이나 여왕의 거처로 써도 될 만큼 웅장했다. 텅 빈 유령 저택은 그 안을 배회할 유령 주민들을 갈망했다. 오랜 잠에 빠져 있던 온 세상의 죽은 이들은 단순히 죽어 있는 것 이상의 기괴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여 옛 신분을 버리고 날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기묘한 저택에 먼저 도착한 것은 아누바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였다. 그 다음에는 가족 중에서 가장 예쁘고 특별한 딸인 세시였다. 세시는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검은 연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모든 것에 깃들 수 있었다. 조약돌, 연못, 비둘기, 이슬방울 등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또는 더 깊은 꿈속까지 들어가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티모시는 번개처럼 뒤틀리고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나무가 시월의 모습으로 활짝 피어 올라 핼러윈의 호박 머리와 흡사한 열매를 잔뜩 맺은 그날, 소풍 바구니 안에 울음을 터트리면서 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라크 이름을 가진 거미와 생쥐 한마리가 저택에 도착했다.


"티모시는 어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자신도 지금 가족들처럼 자라나게 해달라고, 늙지도 않고, 죽을수도 없는 존재가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귀향 파티가 열렸다. 모든 괴상한 친척들이 다 모였다. 그러나 티모시는 파티에 합류 할 수가 없었다. 모두 춤추고 있었지만 티모시는 춤출 수 없었고 모두가 먹고 있는 음식을 티모시는 먹을 수 없었고, 모두가 취하게 하는 포도주를 티모시는 마실 수 없었다. 귀향 파티가 끝나고 다들 각자 자신들이 있었야 할 곳으로 떠나기 전에 2009년 세일럼에서 만나자면서 헤어졌다. 티모시는 그 단어를 먹먹한 마음으로 곱씹었다. 자신이 그만큼 오래 살아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다들 떠났지만 사촌 네 명은 저택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나 저택에 남아 있는 방이 없어서 외양간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사촌 네 명이 잠시 세시를 통해 사람들의 정신 나간 머릿속을 훔쳐보고 있던 중 외양간이 통째로 타 버리고 말았다. 육체를 잃어버린 사촌 네 명은 세시의 소뇌쪽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서 고조할아버지 쪽으로 옮겨 갔다. 새 육체를 찾을 때까지 잠시 머물러 있기로 한 것이다. 사촌 네 명과 고조할아버지는 일족이 사는 시월의 서쪽으로 떠났다. 육체를 받기 위해서...


세시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괴상한 일족의 일원으로써 불가능 했다. 그래서 세시는 대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사랑에 빠지기로 결심했다. 세시는 앤 리어리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앤을 찾아온 톰이라는 남자에게서 세시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세시는 톰이 자신을 원한다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즉시 버릴 수 있고, 봄날 밤마다 떠돌아 다닐 필요도 모든 것에 길들 필요도 없이 그와 함께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시월의 종족, 가을의 주민이에요."


귀향파티가 끝난지 얼마 안되서 계속 이민자들이 저택을 찾아왔다.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그들의 존재에 대해 불신하고 있어 그들이 살아야 하는 터전이 점점 좁아지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시월의 저택으로 몰려왔지만 저택도 더이상 받아 줄 수가 없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혼을 찾고, 텅 빈 육신과 텅 빈 생명을 찾아내고 그런 육체에 들어가 영혼을 비워내서 이사를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원을 분배해야 하는데 세시와 에이나르 숙부가 도와주기로 했다.


"석양은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꽃은 질 운명이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들판을 뛰노는 개와 부엌에 웅크린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머지않아 떠날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아침 인사와 오후의 웃음의 깊은 내면에는 작별의 약속이 숨어 있다. 늙은 개의 회색 주둥이에서 우리는 작별 인사를 찾아낸다. 나이 든 친구의 지친 얼굴에서 우리는 귀향보다 먼 곳으로 돌아가는 기나긴 여행길 읽어낸다." p181~182


티모시 가족 모두 저택을 떠나야 했다. 부정한 존이 보안관에게 시월의 저택에 대해 말을 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분노해서 횃불을 들고 올라오고 있었다.


"모두 너를 사랑해. 네가 우리와 다른 존재라도 네가 언젠가 우리를 떠나게 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단다."


어렸을 때부터 기묘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러니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거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읽을 때마다 그들의 생김새, 행동, 말투가 각각 그려지고, 움직이고 머릿속에서 영상기가 계속 돌아갔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어렸을 때 본 "아담스 패밀리"가 생각났다. 비슷한 소재이다. 괴기한 가족이면서 코믹했다. 잊고 있었는데, 뭐랄까? 아렸다.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많이 변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유머가 없지만 편안하게 잘 읽히고, 차분한 형태의 문체와 기묘함이 잘 녹아있어 다시 읽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소설이다. 자신의 상상력까지 보태서 읽는다면 색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난 김에 찰스 아담스 카툰도 찾아보았다. 오래된 카툰인데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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