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의 품격 - 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
최서윤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저자에 대해서 아예 모른다. TV에 출연도 했다고 하지만,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 월간잉여, 수저게임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책 소개 줄에 써있는 문구와 목차 때문이었다.


“말하지 않는 불행보다 말하는 불편을 택하겠다!” 반문은 통쾌하게, 욕설은 유익하게! 부당함, 부조리함, 부적절함을 파고드는 최서윤의 날카로운 현실 저격 이야기"


나는 여태 제대로 사이다를 날린 적이 없었다. 예전에 겪은 건데, 지하철을 탔는데 내 옆 자리에 앉은 여성도 말랐고, 나 역시나 말라서 그 사이에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어린 아이가 껴도 될 정도 였다. 그때 우리 사이 앞에 서 있던 아저씨가 "X발 한 명더 앉을 수 있겠네 옆으로 좀 더 비켜"라고 말을 던졌고, 그순간 나는 바로 아저씨 째려보면서, 빈 공간을 더 채울려고 했다. (속은 겁이 났다. 욕설과 폭력이 올까봐) 근데, 바로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 앉은 여성이 일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바람에 그 재수 없는 X이 내 옆에 앉고 말았다. 결국 나도 자리에 일어나 빈 자리가 있는 곳으로 옮겨 갔다. 그 후 나는 후회를 했다. 왜?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저 째려봤을까? 하고 말이다.


저자는 항의 이사를 표하면 '프로불편러'라고 조롱당했고, 상대의 언어를 차용해 강하게 응수하면 '메갈'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저자는 [월간잉여]를 발행하고 있는 잉여 중 사회불만 세력에 속한다고 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푸념을 늘어놓고 세상을 욕했으며, 극심한 경쟁, 성긴 사회 안전망, 질 낮은 일자리, 턱없는 최저임금, 말도 안 되는 주거비용, 가부장주의까지 조선의 악습을 물려받은 지옥 같은 나라...) 그런 나도 잉여에 속할 것이다.


저자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만 지적 긴장감은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다운 대화를 하며 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프로불편러로 불러지는 게 낫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할 걸' 시뮬레이션하다가 밤을 지새우는 것 보다는 낫다면서 말이다.


근데, 이것도 상대방이 경청을 해줄 때 가능한 일이다. 경청보다는 욕설과 폭력이 나오면 소용없다. 차라리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할 걸, 이렇게 행동 할 걸' 하는 게 낫다. 내가 억울하게 맞아도, 정당방위로 때려도 우리 나라 법과 사회 그리고 주변이 거지 같아서 오히려 다 손해이다. 다만,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겁을 집어 먹고 있으면 사이다 같은 말도 못할 것이다.


<저자의 에피소드> 오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분에게 00님을 고수하다가 - 이상하고 특이한 애로 딱지 붙었고-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놀리고 낄낄대는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 -개선 방향을 조언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리는 것은 상대의 자존감을 깎을 뿐' 정색했다가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냐면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눈에 들어온 문장] 상대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으며 말하기, 이게 바로 ' 자기주장' 이다. 자기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고슴도치처럼 바늘을 곤두세우지 않되 만인의 신발털이 노릇은 집어치우는 것이다. 올바른 자기주장은 공격적인 태도와 자기를 억제하는 태도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p37 자기주장을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절 잘하고, 잘 받아들이기!


<저자의 에피소드> 라디오 방송에 나름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50대 아저씨가 청년들에게 해주는 말로 나폴레옹이 여기저기 헤매며 자기 꿈을 찾아 전투를 치렀듯 청년들도 나폴레옹 같은 패기를 가지고 싸우라고 했을 때, 저자는 그에 반해 " 나폴레옹이 혼자 전투 치렀나요? 수백 명 병사가 뒤따르지 않았나요? 그 병사들은 무슨 죄죠? 지금 대다수 청년들은 나폴레옹의 입장보단 그의 꿈에 동원된 병사들 입장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우리 탈영합시다! " 말했다고 한다.


미러링(여성혐오 표현들을 남성에게 그대로 역치시켜 적용한 콘텐츠)이라는 전술도 등장하는데, 예를들어 종종 무차별적인 폭언을 날리는 노인을 접할 때, 청년에 대한 과도한 요구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비방을 비틀어 미러링을 시전한다. "요즘 노인들은 노력을 안 해." "노인수당 타려면 토익 700점 넘기고 어학연수 다녀오고 봉사활동도 해야지, 먹고 살 만한가 보지? 태극기 집회나 하고 말이야" 하고...


[눈에 들어온 문장] 규정에 대해 반발하는 방식 중 하나는 규정의 언어를 재해석 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p114


[눈에 들어온 문장]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큰 권력인지. 아쉬울 게 많으면 그 순간 내 감정에 진실할 수가 없다. p124 (100%로 공감가는 말이다. 나도 수도 없이 생각했던 문장들이다.)


평화 촛불 집회 부분에서 저자는 행정부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시민들이 집회를 하는 것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찰 차벽을 넘으려는 이를 규탄하고 끌어내리는 시민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신은 그 선을 넘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잠을 청하지 못 하길 바랬으며, 사육장에 갇혀 사는 개돼지가 되기 싫다고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누구도 다치면 안되는 거잖아... 하는 생각이 든다. 그어놓은 선을 넘으면, 어쩔수 없이 경찰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다치는 시민이 나오게 된다. 경찰도, 시민도 서로 다치게 된다. 그걸 보고 좋아할 사람이 청와대 앉아 있던 "박씨" 아닌가? 물론 저자의 말도 공감이 된다. 국가가 변화를 거부해서 싸우는 거고, 국가폭력 대 시민연대 겨루고 있었던 것도 맞고, 나도 그 선 안에서만 하는 것이 싫다. 하지만, 그 선 안에서만 한다고 해서 시민이 먼저 져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폭력 대 폭력으로 해봤자 뭐가 좋을까? 뭐가 남을까? 다행히 "박씨"는 내려왔고, 다치는 시민도 거의 없었고 그걸로 된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가 변화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 선을 넘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싶다.


[눈에 들어온 문장] 수천만 명이 얽혀사는 이 사회는 마치 유기체처럼 건강했다가, 병색이 완연했다가를 반복하는 것 같다. 결국 지치지 않고 일상에서의 실천을 거듭하는 것이, 내가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길이다. p181


세월호, 촛불집회, 가정사, 방송, 성희롱, 여성혐오, 최저임금, 젠트리피케이션 등 많은 얘기를 담고 있었다. 읽으면서 저자의 말에 85%로의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얘기가 아닌데 하면서 읽어 내려갔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저자의 에피소드도 한몫 하기도 했고, 표준 사격도 마음에 들었다.


불만이야 사람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 그걸 자제하면서 조근조근 조리 있게 표출 하느냐? 폭발하듯 불만을 터트리냐? 아니면 끙~ 하면서 끌어안고 가지고 있느냐? 사람마다 다 틀릴 것이다. 나는 세 번째에 속하는 사람일 것이다. 끙~ 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저자의 프로불편러에 응원하고 싶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당한 발언이 마음에 든다. 어떤 부분에서는 격하게 지지하고 싶어지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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