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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도무라는 혼자 사는 하숙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학교 도서실에 남아 자습을 할 생각이었다. 마침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도무라에게 선생님이 네 시에 온다는 손님을 체육관까지 안내 좀 해주라며 부탁하셨다. 네 시가 조금 못 되어서 교직원 현관 앞으로 가니 손님이 벌써 와 있었다. 갈색 재킷을 입고 커다란 가방을 들고, 현관 유리문 너머에서 등을 꼿꼿이 펴고 서 있었다. 도무라는 체육관에 있는 피아노 앞까지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무라는 나가지 않고, 피아노 곁으로 다가갔다. 피아노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악기가 내는 소리라기보다는 더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무언가가 내는 소리, 더없이 그리운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만 같은, 정체는 잘 몰라도 무언가 아주 좋은 것, 그런 소리가 들린 기분이었고, 피아노 뚜껑을 여는 순간 날개처럼 보였으며, 건반을 두드리는 순간에는 숲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따뜻한 깊이를 내포한 소리, 그런 소리가 피아노에서 흘러나왔다.
도무라는 조율사 이타도리씨에게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했으나 그는 제자를 둘 주제가 못 된다면서 조율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 학교로 들어가라고 학교 이름을 적어 주었다. 그렇게 도무라는 2년 동안 조율 기술을 배웠다. 무사히 과정을 마치고 나서 고향 근처의 작은 마을로 돌아와 악기점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타도리씨가 있는 곳에 말이다.
"차근차근 수비하고 차근차근 히트 앤드 런입니다."
도무라는 차근차근 조율 연습을 반복하는 동시에 차근차근 피아노 곡집을 들었으며, 피아노와 만난 이후, 도무라는 기억 속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남에게 보여주거나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상자가 늘 몸 안에 있기에 그저 뚜껑을 열면 되었다.
예를 들어 "할머니께서 종종 만들어 주시던 밀크티. 작은 냄비에 끓인 홍차에 우유를 넣으면 큰비가 내린 뒤에 탁해진 강과 비슷한 색이 된다. 냄비 바닥에 물고기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따뜻한 밀크티. 컵에 따른 뒤 소용돌이치는 액체를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야나기씨 밑에서 조율을 배우고 있던 도무라는 그날따라 야나기씨가 급한 볼일 있다면서 먼저 퇴근해 버렸다. 도무라도 회사로 들어갈려고 하던 차에 전에 야나기씨가 피아노를 조율해줬던 쌍둥이 동생을 만나게 되었고, 동생이 도무라에게 피아노 조율 좀 해달라고 부탁해 와 결국 초보인 도무라가 피아노를 만졌다가 오히려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 한심하게 여기면서 회사로 돌아와보니 도무라가 동경하는 이타도리씨가 와 있었다. 도무라는 이타도리씨에게 "어떤 소리를 목표로 하시나요? 하고 물었고, 그의 대답은 "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리운 문체, 조금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는 문체,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문체 - 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립다.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다.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소리" 라고 했다. 도무라는 그 말을 듣고 초조해하지 말고 차근차근을 되새겼다.
도무라는 나도 언젠가 소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랬다. 피아노의 개성을 파악하고, 연주하는 사람의 툭성을 고려해 취향을 물어보며 소리를 만들 수 있기를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디까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도무라의 일상은 소박한 그냥 평범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조율사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열심히 남들보다 노력한다. 그러면서 가즈코의 피아노가 더 아름답게 울리게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것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안도하게 만든다. 저자가 도무라의 일상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BGM까지 흐르게 만들었다. 동화적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